"경영자가 점쟁이의 말을 너무 믿는다"

"경영자의 사생활이 문란한가"

"화장실이 깨끗한가"

금융권의 대출창구가 얼어붙으면서 흑자도산하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는
가운데 순이익등과 같은 재무정보보다는 이같은 비재무정보가 대출심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현상은 은행권보다는 신용위주로 자금을 대주는 종금사 등의
제2금융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부도난 일부 기업의 경우 분식결산으로 적자인데도 흑자로 기록
되고 장부외부채가 상당규모에 이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는 등 재무정보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S종금사 관계자는 "대출대상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예전에는 비재무정보
가 심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중에 3이었다면 요즘은 4정도로 올라갔다"며
"금융기관에 따라서는 비재무정보를 절반 이상 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모 종금사는 오래전부터 부실징후기업의 조기발견을 위한 항목을 작성,
심사에 활용해오고 있는데 이들 항목에 대해 요즘들어 더욱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1> 회사의 수위나 안내양이 불친절하다.

2> 사장과 경리사원의 부재가 잦다.

3> 사원들의 출퇴근율이 저조하다.

4> 사내의 기강이 문란하다.

5> 어음거래가 불량해진다.

6> 높은 이자의 어음이 나돈다.

7> 회의가 빈번하고 장시간이다.

8> 때아닌 바겐세일을 한다.

9> 갑작스레 부동산을 처분한다.

10> 거래처가 자주 바뀐다.

11> 상품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른다.

12> 경기추세와 수요변화를 무시한다.

13> 주거래은행 등 거래금융기관이 변경된다.

14> 비정상적인 임원이동을 한다.

15> 간부와 사원의 퇴사가 잦다.

16> 경영자가 공과 사를 혼동하고 있다.

17> 대주주의 지분변동이 불안정하다.

18> 후계자의 계승을 둘러싸고 분쟁이 있다.

19> 경영자의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뀐다.

20> 악성풍문이 되풀이해서 나돈다.

21> 경영자가 정치같은 일에 너무 관심을 쏟는다.

22> 사무실에 비해 사장실이 호화롭다.

23> 사장이 분수에 넘친 호화생활을 한다.

24> 경영자의 여성관계 소문이 그치지 않는다.

25> 경영자가 점쟁이의 말을 너무 믿는다.

26> 무리하게 본사 사옥을 늘린다.

27> 화장실이나 창고가 지저분하다.

28> 회사 게시판에 부착된 내용이 부정적이다.

29> 간판이 쓰러져 있거나 쇼윈도가 지저분하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