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고-엔저"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유력 경제연구소들은 최근의 엔강세 추세가 지속돼 내년초엔
엔값이 달러당 1백5-1백1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엔시세는 지난 열흘새 1백27엔대에서 1백18엔대로 뛰었다.

지난 8일 "내년에 1백3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의 발언에 이어 13일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CB)가 98년 엔.달러환율을 1백10엔으로 전망했다.

이 기관은 99년에는 엔시세가 90-1백엔대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앞서 지난달 노무라증권도 엔값이 올해말 1백5엔까지 상승한다는 분석
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연초 달러당 1백10엔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LG경제연구소의 경우 올 연말 104엔선이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최근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일본이 과도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화상승을 간접적으로 유도했기 때문.

사카기바라의 "1백3엔" 발언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내년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일 무역적자확대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클린턴정부의 입장을 살피고 통상마찰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에 우려를 표시하고 일본에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을 강력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구를 그래도 수용하기 어려운게 일본이다.

지난 4년간 불황극복을 위해 60조엔의 재정투자를 단행, 현재 재정적자가
GDP대비 4.8%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정확대를 골자로 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
할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급격히 줄지 않는 한 엔강세는 장기추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들어 미.일간의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엔강세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일본경제가 살아나면서 일본시중은행들의 장기우대금리가 연 2.5%에서
0.6-7%포인트 인상되고 있으며 일본은행(중앙은행)이 사상 최저인 연 0.5%의
재할인율을 올 하반기에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 경기의 과열기미가 수그러들면서 오는 20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결국 양국간 금리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 확실하다.

해외에서 엔화 선호도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와함께 인플레방지등을 위해 그동안 "강한 달러"를 고집해온 미국이
더이상 강한달러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엔강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인플레를 막기위한 달러고정책을 펴 왔지만
이젠 무역적자 축소가 클린턴정부의 당면 과제로 다가온 것이다.

더욱이 미 경기가 서서히 하강할 조짐인데 반해 일본은 더디지만 상승국면
으로 접어들고 있어 구조적으로 엔강세가 지속된다는 것이 외환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