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안정되면서 기업 또는 개인들의 달러화 소유 욕구가 사라져
이들의 달러화 보유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초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말
43억9천만달러에 이르렀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난달부터 서서히 줄어들어
지난달말에는 33억달러로 감소했다.

또 최근 기업들은 달러를 계속 내다 팔고 있어 이달말에는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가 30억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14억9천만달러, 지난 1월말 19억6천
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월말에는 43억7천만달러로 늘어나 3월까지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 2~3월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대신 외화예금 형태로 비축했기 때문으로 이같은
달러 가수요현상은 원화가치의 절하를 가속시킨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기업들은 그러나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이후 계속 달러화를
내다 팔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외환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는 지난 1월중 13억5백20만달러, 2월중
19억1천3백40만달러, 3월중 17억4백50만달러에서 지난달에는 21억8천8백50만
달러로 늘어났고 이달들어서는 27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연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6천만~7천만달러 정도의
외화예금을 보유했으나 현재는 잔고가 없다.

대우그룹의 한 자금담당자는 "연초 수입결제용으로 3억달러까지 외화예금을
보유했으나 현재는 잔고가 거의 없다"면서 "환율이 오르더라도 요즘처럼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면 외화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