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항생제 제조기술 하나로 20년간 최소 6천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받게 된 것은 분명 쾌거다.

아직까지 국산 신약 1호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제약업계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LG와 스미스클라인비첨사의 공동 상품화가 성공하면 3년내에 국내
제약업계도 비록 외국과의 공동이란 꼬리가 달려있지만 국산 신약
1호를 갖게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르지만 일단 상품화만 되면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요술방망이"신약 사업에서 국내 업체들도 얼마든지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을 LG의 이번 제조기술 수출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LG의 이번 기술 수출건은 원료를 매년 1천억원 이상씩 독점 공급하는
조건이어서 더욱 의미있어 보인다.

신약상품화는 몰라도 그 직전 단계까지는 우리의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국내 화학산업이 앞으로 나가야할 지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 업체는 그동안 21세기 비전을 마련할 때마다 "정밀화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화학산업"을 강조해왔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었고 곧바로 상품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연구개발(R&D)우선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렸었다.

LG관계자는 "65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물질 하나로 최소 20년간 로열티
6천억원, 원료매출 2조원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한국 화학산업의 지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쉬운 것은 애써 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제조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실제 상품화를 우리 손으로 못하는 기술현실이다.

제조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마케팅과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