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과학기술 전문 연구원들은 과연 사장이나
전무등 회사관리자로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아무런 잡음없이 연구원들을 회사관리방침에 순응토록 할 수 있을까.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연구원창업을 장려하는
추세와 맞물려 "경영자로서의 연구원" 육성방안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연구원관리의 어려움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근간
으로해 연구원을 최고경영자로 변신시키기 위한 조건을 다뤄 주목받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회사발전에 대한 기술개발의 기여도가 커질수록 전문
연구원중에서 전문경영자를 선택하는 회사는 갈수록 늘어날 형편이다.

이들 연구원은 대개 경영자적인 자질보다는 기술개발성공을 통한 회사발전
기여도에 따라 승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능력은 동료연구원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게 되기
십상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창업한 소규모기업들이 경제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이나 일본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경영자로서의 변신에 실패한 연구원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영국의 경제는 과학기술자들의 기술개발능력 부족에 기인하기보다는
경영자로서의 변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뒤처진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원 고유의 특징에서 비롯된다는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즉 연구원으로서의 자질은 경영에는 적합치 않으며 연구원과 경영자 사이
에는 좁힐수 없는 적대감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연구활동의 목적의식을 흐트러뜨리는 경영층의 전횡에 반기를
들고 경영자는 다루기 어려운 까다로운 존재로 연구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연구원을 관리자로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교육프로그램은 프로젝트관리 조직관리 시간관리기법은 물론 경영
원칙 등을 교육하고 역할극까지 하며 연구원을 경영자로 바꿔 놓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훈련의 효과는 미미하다.

연구자의 내면세계를 고려치 않고 교과목과 교육일정을 짜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연구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과학기술자를 경영자로서 개안시키려는
움직임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자는 경영자의 변덕과 하찮은 아이디어에 냉소적이고 경영자는
경영문제에 둔감한 과학기술자의 거만한 태도에 혀를 내두르는 등 서로를
갈라놓는 "불신감"을 불식시킬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란
지적이다.

[ 연구원의 6가지 특성 ]

연구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집단의 특성을 감안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구원집단의 특성을 6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1. 연구원은 자율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성취지향적 연구원은 일 자체에서 삶의 동기를 찾으며 관리자의 감독을
극히 싫어한다.

2. 연구원은 고도의 기술개발 활동에서 자아를 성취한다.

조직의 방침이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서 벗어날 때 일할 맛을 잃는다.

3.최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전자산업에서와 같이 자신의 성과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진다고 느꼈을 때 좌절한다.

4.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연구원집단의 원칙과 윤리의식에 더 충실하다.

5. 조직의 목표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제대로 방향이 잡혔다고 생각
하면 무섭게 집중한다.

따라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강요할 경우
치명적일수 있다.

6. 독립심이 강하지만 지나친 경쟁분위기는 불안감을 조성해 연구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대부분 자료와 지식을 교환하는 동료집단의 일원으로서 소속감
을 중요시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