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풍부한데도 콜금리 등 단기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자금시장에선 한국은행이 RP(환매채) 규제금리를 높게 책정, 이같은 단기
금리의 거품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은은 8일 1조3천억원어치의 RP(4일만기)를 은행들에 내다팔면서 연13.3%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는 이날 하루짜리 콜금리였던 연13.1~연13.2%보다 높은 수준.

한은은 "통화관리를 올들어 간접방식으로 바꾸면서 RP에 실세금리를 적용
한다는게 방침"이라며 "8일의 경우 4일물이었기 때문에 기간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정확히 실세금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기일물이라 하더라도 RP금리는 하루짜리 콜금리에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한은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가세 환급 등 정부의 재정자금 방출로 자금이 남아도는 은행
고유계정은 요즘 콜보다는 RP쪽으로 자금운용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2금융권은 콜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한층 힘들어졌다.

연쇄적으로 기업들의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8일 RP금리를 연13.0%정도로만 가져갔더라도
9일 콜금리가 연12%대로 낮아졌을 것으로 본다.

더구나 정부재정자금이 8일 8천억원 9일 7천억원 유입되는등 시중의 돈은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9일 콜금리도 연13.0%를 웃돈채 형성됐다.

이에 대해 한은 자금부 관계자는 "자금잉여상태여서 콜금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4월말 연14.16%를 기록하던 콜금리가 최근
1%포인트가량 하락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콜금리가 회사채 수익률보다 0.5%포인트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등 "단고장저"를 보이고 있어 단기금리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맞서고 있다.

관계자들은 한은이 잇따른 통화공급 확대, 금리 인하유도 요구에 대해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사인을 주기위해 이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재경원이 1조원의 국고여유자금을 연10%의 저리로 32개 은행에
예치, 통화관리에 대한 통제력이 이완되는 조짐을 보이는데다 금융기관들도
잉여자금을 바탕으로 재테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고삐를 죌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한은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콜금리 등 단기금리는 당분간 횡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