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이 제출하려고 했던 "조건부" 주식포기각서가 채권은행단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채권은행들은 "조건을 달지 않은"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
등 진로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무효로 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상업은행은 9일 "진로그룹이 조건부각서를 제출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고문변호사들에게 법률적인 자문을 구한 결과 수용하지 않는게 좋다는
의견이 나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진로그룹은 "자구계획이 6개월이상 지연되거나 경영이 조기에 정상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이후에 효력을 갖는" 주식포기각서를 제출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경영정상화가 이뤄졌을 경우 각서를 되돌려받는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진로그룹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경영권을 박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를 문서에도 명기해야 한다는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업은행 관계자는 "주식포기각서란 원래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제출하는 것"이라며 "포기각서를 받는걸 마치 경영권을 빼앗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는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끝까지 조건부 각서를 고집할 경우 채권은행들로서도
어쩔수 없지 않느냐"며 자금을 지원해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이 강도높게 무조건부 주식포기각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초에 판가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