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나 관계사가 있는 그룹형 기업들에 대한 제2금융회사들의 자금대출이
더욱 보수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룹형 기업들은 나홀로(?) 기업들보다 제2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빌리기가 쉬웠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자회사라도 모기업의 신용도를 배경으로 자금을 쉽게
대출 받을수 있었다.

또 모기업이 부실한 자회사를 두었다고 해서 자금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보 삼미 세양정보통신 등 그룹형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이같은 자금대출 관행이 깨지고 있다.

D종금사 관계자는 "진로사태에서 우량기업도 다른 계열사가 부실하면 함께
부실해진다는게 입증됐다"며 "연결재무제표를 더욱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L종금사 관계자도 "최근들어 그룹형 기업들에 자금을 대출할때는 꼭
연결재무제표를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계열사라고 해서 자금을 손쉽게 대출해주는 관행 역시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올초에 멀티그램과 세양정보통신이 부도날때 모기업들이 채무를 떠안지
않으려고 부실 계열사나 관계사를 무차별적으로 정리하는 행태를 보인 것은
모기업의 신용만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관행을 깨는데 촉매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두원그룹은 멀티그램이 부도나자 자사의 계열사가 아니라고 주장, 두원그룹
을 보고 자금을 대준 채권금융기관들이 집단반발 했었다.

극동도시가스는 세양정보통신이 부도 나기 직전 이 회사 지분을 다른 곳으로
양도, 계열사 관계를 정리했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자금을 대줄 계열사가 부실하다 싶으면 모기업의
신용도를 보는 것은 물론 모기업에 연대보증을 서 주도록 요구하는 등 안전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