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속에서 고용을 창출할 정부의 대책은 있는가.

이같은 물음에 대해 대부분의 노동전문가들은 머리를 가로 젓는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김종각 정책선임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면서 "다만 산업구조조정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른 직장을 신속히
얻도록 도와줄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업들의 대대적인 감량경영의 여파로 고용
불안이 사회문제화 됐는데도 불구 정부가 추진중인 고용안정대책은 일시적
이고 단편적인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구상중인 고용안정대책은 노동시장의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시장의 고용창출을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이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유료소개사업과 근로자파견사업등 인력공급사업에 대한 규제들도
대폭 완화하는 한편 민관 통합형태의 직업안정소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은 구직, 구인자들의 직업알선을 원활하게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고용창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
이다.

경기가 침체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고용불안을 치유할 어떠한
명약도 없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승록 수석연구원은 이와관련, "기껏해야 정부는 고실업
이 사회문제화 되지 않도록 기업에 감원과 명예퇴직등을 자제해 줄것을
권고할수 있을뿐"이라고 지적하고 "저성장시대에 기업의 인원감축은 피할수
없는 생존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각급 경제연구소들은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이후에도 국내외 경제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저성장시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 저성장시대가 본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산업현장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실업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의 최병훈 고용정책과장은 "선진국들의 경우 지난 70년대 오일쇼크때
실업률이 한번 높아진뒤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떨어지지 않았다"며 "최근
우려되는 것도 우리나라의 고실업현상이 고착화돼 고용구조를 완전히
뒤바꾸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실업시대에는 고용문제와 더불어 실업자에 대한 대우도 큰문제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사회문제로 비약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실직기간동안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는 실업보험등 제도적
기반이 다져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급여라고 해봐야 전에 다니던 직장임금의
절반수준에 불과하고 수급기간도 길어야 6-7개월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실업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실업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수 있다.

서울대 최종태 교수는 "그동안 고속성장을 지속해 정부당국자나 노사
당사자들은 고용문제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이제
저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실업자에 대한 사회보장문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저성장시대 진입을 예고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고실업을 치유할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직업정보기능 강화와 직업선택능력개발등 각종 고용안정책을
펼친다면 많은 실업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을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