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형부도사태이후 보유자산을 환매조건부로 해외에 매각해 자금
을 조달하는 방법이 새로운 해외자금조달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통상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거래는 금융기관의 신인도만으로 이뤄지
고있지만 한보.삼미 사태이후 국내금융기관들의 해외신인도가 크게 떨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보유자산을 해외에 내다파는 거래도 포함돼있어 국내금융기
관의 실추된 신용도를 반증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화표시채권등 보유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일
정기간이 지난뒤 되사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레포"( repurchase
)거래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은행의 경우 올들어 이같은 방식으로 홍콩등지에서 1억1천만달러를
조달했고 상업은행도 이미 뉴욕지점을 통해 8천만달러를 빌린데 이어 현
재 노무라증권측과 추가차입협상을 벌이고있다.

또 제일은행은 이달중 외화대출채권등을 담보로 1억달러를 차입할 계획
이며 일부자산은 매각할 방침이다.

이같은 환매조건부 해외차입은 국내금융기관들의 부족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이같은 양상은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여서 동양종금의 경우 1억2천만달러
이상을 레포거래를 통해 빌렸고 한화종금도 최근 3개월동안 3천만달러,신한
종금은 5천만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이에따라 레포조달금리도 뛰어오르고있다.

한보 삼미부도에 타격을 받은 일부 시중은행들은 "리보+0.8%"수준까지
올랐고 종금사들은 "리보+0.9-1.0%"수준에 거래가 형성되고있다.

한편 담보로 제공한 외화자산중에는 계약만료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
가증권들이 많고 계약기간도 3년이상의 장기인 점에 비춰 국내금융기관의
자산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오광진.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