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에 색이 넘치고 있다.

황금, 적, 에메랄드빛으로 애주가들의 시선이 황홀할 지경이다.

OB맥주에 이어 진로쿠어스 조선맥주가 잇달아 내놓은 프리미엄맥주의 색깔이
원색적인 탓이다.

맛과 병모양은 말할 것도 없고 이처럼 색깔에서부터 일반맥주와 차별화된
고급맥주가 양산되면서 맥주시장에 프리미엄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프리미엄 맥주의 선두주자는 OB맥주의 카프리.

지난 95년 7월 첫선을 보인 카프리는 원료와 제조방식이 일반맥주와 크게
다르다.

우선 향이 깊은 아로마홉과 캐나다산 헤링톤맥아 등 최상급원료를 사용했다.

또 초고발효 당화공법으로 제조해 당분을 최대한 제거했다.

당분도 5백ml 기준 0.8도P 수준으로 일반맥주의 2.05도P에 비해 훨씬 낮다.

당분이 적기 때문에 카프리는 뒷맛이 상쾌하다고 OB맥주는 설명했다.

카프리의 또 다른 특징은 맥주병은 갈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무너뜨린
점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투명병을 사용함으로써 황금빛 맥주를 더욱
부각시켰다.

카프리는 최근 병마개와 병모양을 일신했다.

새로나온 카프리는 병마개가 손으로 돌려 딸수 있는 트위스트(Twist Cap)
이며 병디자인은 목이 긴 롱넥(Long Neck) 스타일이다.

OB맥주는 트위스트 캡과 롱넥병 사용을 계기로 "눈으로 마시는 맥주"라는
카프리의 컨셉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카프리가 일찌감치 고급맥주시장을 선점하자 진로쿠어스와 조선맥주도
올들어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섰다.

진로쿠어스는 지난 4월 붉은색 고급맥주 "레드 락"을 선보였다.

레드락은 국내 최초의 적색맥주로 컬러와 향이 독특하다.

카프리가 알콜도수를 일반맥주의 4.5도보다 낮은 4.2도로 책정한 것과 달리
레드락은 5도로 한단계 높였다.

맛과 컬러에서 카프리와는 또 다른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레드락은 일반맥주에 비해 맥아 사용량이 많을뿐 아니라 붉은색을 내기 위해
암바몰트를 10% 사용했다.

또 숙성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마실때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드락은 젊음과 열정의 상징인 레드락(Red Rock)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표색깔도 암바색(붉은 갈색)으로 채색했다.

황색맥주가 전부인 국내 맥주시장에 붉은색 맥주로 승부에 나선 진로쿠어스
는 시각적 가치에 매력을 느끼는 20~30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경쟁업체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던 조선맥주도 히든카드를 꺼냈다.

저칼로리 감각맥주 하이트 엑스필(HITE EXfeel)이 그것이다.

엑스필은 국내 최초로 트위스트캡과 엠보싱 녹색병(에메랄드빛)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SAB(Super Attenuated Brewing) 공법으로 생산, 칼로리를 최소화했다.

이 공법은 발효성 당의 함량을 극대화한 맥즙을 고발효시키는 제조방식으로
맥주에 잔존하는 칼로리를 최대한 제거할수 있다.

3백30ml 엑스필 한병의 칼로리 함량이 30.9Kcal로 경쟁제품보다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맥주보다 맛이 상쾌하고 깨끗할 뿐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다이어트맥주라는 새장을 열었다.

하이트 엑스필은 병디자인도 기존 맥주병과 달리 목이 긴 롱넥스타일이며
목부분을 엠보싱(양각) 처리해 음용편의성을 높였다.

또 시각장애자를 위한 점자와 암반천연수를 표시하는 온도계마크를 부착
했다.

이밖에도 업계 최초로 흰색과 블루컬러 두가지로 인쇄된 더블상표를 사용,
커플맥주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조선맥주는 엑스필의 주소비층을 20대 남녀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설정하고
"병따개가 필요없는 에메랄드빛의 감성맥주"라는 제품컨셉트를 집중 어필하고
있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