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부동액을 섞은 맹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무공해 고효율 냉장고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의 칼 게슈나이트너
박사팀은 가돌리늄(Ge)이란 희토류 원소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 맹물로도
뛰어난 냉각기능을 발휘하는 별난 냉장고를 개발중이다.

게슈나이트너 박사의 냉장고는 기존 냉장고와 같이 냉매를 순환시킨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염화불화탄소(CFC)나
수소화불화탄소(HFC), 냄새가 고약한 암모니아 대신 부동액을 조금 섞은
맹물을 냉매로 쓴다.

또 냉매를 압축 팽창시키는 과정도 필요치 않다.

자기장 속에서는 뜨거워지고 자기장을 벗어나면 차가워지는 가돌리늄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냉장고는 가돌리늄이 내장된 원통형 베드 2개를 마주보게 배치하고
이를 자기장 속에 교대로 넣었다가 빼내는 장치로 구동된다.

하나의 베드가 자기장 속에 들어오면 뜨거워지는데 이 열은 외부로
방출시킨다.

이 베드가 자기장을 벗어나면 차가워지는데 이때 냉각된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회사는 이 원리를 응용한 냉장고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4개월 이상 제성능을 내며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냉장고는 냉각장치를 구동하고 물을 순환시키기 위해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낭비되는 에너지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시험됐다.

자기장 발생장치도 초전도체로 만들어 전기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다.

최대 에너지효율은 기존 냉장고가 40% 정도인데 이 냉장고는 60%에
달하는 것으로 시험됐다는 것이다.

게슈나이트너 박사는 "5~10년 뒤면 대형 산업용으로 실용화될 수 있을것"
이라며 "가돌리늄 값이 싸질 경우 일반 가정용 냉장고에도 적용해 보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