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경기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각 업체들이 신모델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는 있으나 유류가격 인상등
자동차 수요악화 요인이 곳곳에 산재돼 있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

더욱이 수출시장의 경우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엔화 약세와 선진국의 수출장벽 강화로 여전히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경기 바닥(저점.저점)은 아직도 멀었다"는게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올들어 지난 1.4분기동안 현대 기아 대우 아시아 쌍용 현대정공등
국내 완성차6사의 내수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6%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21.6%나 줄어들었다.

그런가운데 지난 4월들어 내수판매가 전년동기대비 5.1%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여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조심스레
나왔지만 사실상 업체들의 숫자 부풀리기로 인한 거품 성격이 강하다.

이같이 내수판매가 크게 부진한 데는 무엇보다 유류가격 인상에다
교통혼잡료 징수등에 따른 차량 유지비증가가 실구매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신규수요의 급격한 감소도 내수판매 부진의 커다란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아자동차 박정림(박정림)판매계획담당상무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대체수요비율이 이미 70%를 넘어선 상태"라며 "갈수록 대체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내수시장 확대는 현재로선 점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앞으로도 내수시장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아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97 자동차산업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에 비해 4.6%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승용차시장은 지난 80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이 연구소는 분석했다.

기아경제연구소 이대창 박사는 "최근 내수부진에 따른 재고물량 해소를
위해 각 업체들이 조업단축이나 무이자할부판매등 극약처방까지 내놓고
있으나 이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내수진작을 위한 뚜렷한 정책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수부진 현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따지고보면 수출경기도 크게 나아질 여지가 없다.

외형상 수출은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2월까지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던 수출은 3월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

4월에는 전년동기보다 무려 1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이형근 수출기획실이사는 "내수 부진에 따른 밀어내기식
수출로 현지 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엔화와 마르크화의 약세로 인해
선진국등 주요 수출국시장에서의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라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물론 미미하나마 자동차시장 경기회복의 징후는 존재한다.

내수의 경우 자동차보증수리기간의 연장(1년 2만km->2년 4만km)과
하반기의 잇단 신차출시등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고 수출에서는
세계경기회복과 원화절하에 따른 상승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앞으로 남아있는 수많은 악재를
가까운 시일내에 역전시키기는 무리라는 게 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현상황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