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기 싫어 금리를 높인다?"

은행들의 당좌대출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콜금리가 연 14%대에서 보합세를 나타내고있는 반면
당좌대월금리는 연 15%선을 넘나들고 있다.

그동안 두 금리가 기간별로 연동돼왔던 점을 감안할때 다소 이례적인
양상이다.

지난달 기업들의 단기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 소진율과 잔액이
3월말에 비해 소폭 하락했던 점에 비춰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금융계의 태업"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은행들이 기업들에 자금제공을 꺼리면서 고의로 금리를 높게
책정한다는 설명이다.

한보 삼미 진로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거나 휘청거리면서
자금시장에 흐르고 있는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같은 단기금리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폭으로 오를지에
대해 기업및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장기전망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측은 "실질적으로 기업경기가 좋아지지 않는한
은행금고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빠른 시일내에 경제가 좋아지기
는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금리하락을 점치는 쪽은 "시중의 자금난이 해소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데다 최근 수출등 경제지표도 낙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결국 문제는 시중의 자금수요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통화환수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아직
이같은 자금시장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