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기차를 타고 두시간가량 가면 군마현에
닿는다.

이곳의 명화공업단지 안에 세계 반도체 테스트 장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아드반테스트사의 군마R&D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야구장 6개규모인 7만5천평 부지에 4백억원을 들여 지난해말 설립한 이 센터
는 대규모 전파암실, 전세계 연구소와 자회사를 연결하는 통신망 등 최첨단
시험장비와 연구시설을 갖춰 설립 당시부터 관심을 끌었다.

"우리가 중점 추진하고있는 프로젝트는 로직 테스터와 메모리테스터로
디바이스의 고속화와 다종화에 대응한 테스트 장비 개발입니다"

이 센터 소장인 고지마 다카모토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이회사의 일본내 총매출의 10%에 달할
정도로 R&D는 이회사 경영의 중심축이라고 밝힌다.

올해로 창립 42년을 맞는 이 회사의 역사는 그야말로 기술개발사라고
할만하다.

이 회사는 지난 54년 동경에서 전기계측기를 만드는 다께다리연공업주식
회사로 출범, 전기 계측기 분야에서 최초의 신제품 개발을 거듭하면서 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다가 70년 IC테스터를 내놓고 반도체 테스트 장비 생산에 뛰어들어
이제는 이 분야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섰다.

전세계 반도체 테스트장비시장에서 96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26.4%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는 6월말 결산까지의 1년 매출은 1천5백20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구조는 반도체 테스트장비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계측기 등이
30%를 점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이 회사의 집념은 버블 붕괴기의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성장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90년초부터 93년말까지 이른바 일본의 버블붕괴기에 아드반테스는 다른
회사들 처럼 매출이 격감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1위에서 밀리게 됐다.

판매가 뚝 떨어지자 임원보수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채산성없는 사업을
정비하고 지점과 영업소를 재배치하는 등 비상 긴축에 들어갔다.

군마공장도 일시 휴업했다.

이런 와중에도 R&D투자비는 한푼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92년 하반기부터 소형화 디자인 프로젝트를 발족해 기존 테스트의
단점을 개선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크다, 시끄럽다, 뜨겁다의 극복"을
내걸고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런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크기는 기존의 4분의 1로 줄이면서 소비전력은 5분의 1로, 테스트 비용은
절반으로 줄인 콤팩트 모델(T667B)이 개발됐고 이 제품은 제26회 기계공업
디자인상에서 대상인 통상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이 회사가 세계 최고의 고속 메모리테스트 시스템으로 자부하는
2백50MHz급 T5581 모델 제품의 개발도 92년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해 선보인 이 제품은 생산능력이 주문에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오우라 히로시 사장은 "결과적으로 버블붕괴시기의 어려움을 신기술 개발로
극복하면서 회사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졌다"고 밝힌다.

아드반테스트가 추진하고 있는 성장전략의 핵심도 역시 생산기지의 글로벌화
에 이은 R&D의 글로벌화이다.

이 회사는 일본에 군마 생산공장과 국내외 관계사 5개사를 비롯해
말레이지아 페낭에 핸들러공장이 있다.

미국에서는 로직 테스터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는 천안공단내에 메모리 테스터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 회사의 R&D센터는 군마센터 외에도 센다이와 교다에 있고 해외에는 미국
산타클라라, 프랑스, 독일 뮌헨 등 총 8개를 두고 있는데 각 연구소가 전략적
으로 과제를 분담해서 맡고있다.

각 연구소의 연구결과들은 다시 본사와 군마센터로 모여 상품화가 이뤄진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는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전공정장비인 전자빔 노광장비를 올해초부터 본격 시판, 전공정장비에
뛰어든 것.

아드반테스트가 개발한 전자빔 노광장비는 사진공정에서 사용하는
광노광기술로 차차세대의 노광장치로 볼수 있다.

이 장비는 기존의 노광장비보다 극미세한 패턴을 만들수있으면서도 양산
라인에 실제 투입할수 있도록 고속처리 장비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8인치 웨이퍼의 256메가급에서 시간당 15장의 웨이퍼에 노광 공정을 처리
할수 있다.

양산공정에 쓰일수 있는 전자빔 노광장비로는 세계 처음이다.

오우라 사장은 "첨단기술로 첨단을 지탱한다"는 회사 모토처럼 아드반테스트
는 항상 앞서서 신기술을 내놓을 것이라고 힘주어 밝힌다.

< 도쿄=고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