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실업시대"가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2% 안팎이던 실업률이 지난2월 3.2%로 껑충 뛰더니
3월에는 다시 3.4%까지 올라섰다.

실업자수도 올들어 3월말까지 3개월사이에 24만5천명이 늘어 72만4천명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을 포기,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실업자를 포함시킬 경우
실질적인 실업자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3월중 실업급여액도 55억8천만원으로 전월보다 20.2%
나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하루평균 2억여원에 달하는 셈이다.

고실업시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완전고용"을 자랑하던 우리 산업현장에 고용불안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명예퇴직 정리해고등 고용조정이 확산되면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 체감도"는 지수상의 실업률보다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노동연구원의 유길상 박사는 "최근의 고용불안은 경기순환에 따른 경기적
영향뿐 아니라 우리경제의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고용불안의 확산은 주부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취업전선으로 내몰아
결과적으로 여성이 실업자대열에 가세토록 하고 있다.

남편 대신 직장을 잡기위해 직업알선기관을 찾아다니지만 여성일꾼을 찾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하는 이유는 가계보탬 (34.2%)이나
생계유지(19.4%)가 절반이상을 차지, 적성활용(16.5%)등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1.4분기중 새로 늘어난 경제활동인구 68만7천명 가운데 남자는
21만7천명으로 1.8% 증가에 그쳤으나 여자는 5.8%(47만명)가 늘어 여성의
노동시장진입이 두드러졌다.

또 남자실업자수는 33.4%가 증가했으나 여자실업자수는 58.7%(8만8천명)나
증가, 여성실업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노동부의 조순문 고용정책실장은 이와관련, "최근 고실업률의 주요인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며 "그러나 직장서 쫓겨난 남편 대신 직장을 찾으려는
주부들의 구직활동이 크게 늘었으나 일자리는 한정돼 결국 실업자가 늘어난
탓도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대졸자들의 취업문은 바늘구멍이어서 고학력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졸업생은 매년 늘고 있는데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기때문이다.

올 1.4분기중 신규실업자수는 2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60.2%
나 증가했다.

이에따라 취업재수생이 속출하고 있고 취업하지 못해 할수없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컴퓨터프로그래머 요리사등 자격증 전문학원에 몰리는 실업자들
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취업알선기관등엔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전국서점이나 유명산등은 오갈데 없는 실업자들의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우리경제가 아직도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만큼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하는데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의 고용창출능력도 역시 둔화돼 고실업시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이들 연구소들은 우려하고 있다.

유길상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오일쇼크에 따른 고비용구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지 못해 최근까지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기업 정부가 모두 나서 고용안정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