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레스스틸전문업체인 황금에스티(대표 김성주)의 인천 가좌동
1공장.

단 3명의 근로자가 6백여평의 공장 라인을 돌리고 있다.

자동화설비가 무결점 제품을 쏟아낸다.

가좌동 2공장과 부산 감전동공장도 마찬가지.이 3개공장의 현장인력은
모두 합쳐 14명 뿐이다.

"최소인력 고급인력, 최소투자 최대생산"의 현장이다.

첨단기술이 아닌 특화기술로 경쟁력을 높인 미국형 공장이다(김종현상무).

철판을 만들고 자르는 3D업종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회사는 직원 38명으로 지난해 1백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백20억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

1인당 매출액이 5억원이상으로 제조업 평균치보다 5배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셈이다.

특화된 생산설비가 이를 가능케 했다.

바로 코일을 펴서 판으로 만드는 기계인 열연 광폭레벨러와 후판 절단용
설비인 슬리터다.

주력품인 레벨러는세계적으로 단 두회사만이 보유한 기계이다.

판재가 아닌 코일을 소재로 판을 생산함으로써 대폭적인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이루고 있다.

후판용 슬리터도 절단범위가 12 까지로 5 까지만 절단할수 있는
기존의 평철 생산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장비다.

레벨러와 슬리터는 각각 2년간순가공비 4억원와 3억원씩을 투입해
95년과 올해초 개발됐다.

지난 82년 창업이래 스테인레스스틸을 단순 가공해온 이회사가 벤처형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바로 이같은 생산설비를 갖춘데 따른 것이다.

이회사김사장의 아들인 김종현(37)씨가 가업에 참여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미국 조지아공대(기계공학박사) 유학을 마치고 모교인 한양대에서
강사로 있던 그가 93년 부친사업에 동참한 것.

이후 김사장은 자금정도만 관리하고사실상 회사경영을 아들에게 맡겨오고
있다.

김상무는 우선 고비용저효율의 한국식 제조행태로는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 미국식해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고효율의 설비, 제품설계능력 및 고난도 생산기술 확보, 온라인 전산망
구축을 최대과제로 삼아 밀어부쳤다.

"8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코카콜라등 현지기업들의 생산.관리 현장을
세세히 관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김상무는 말한다.

그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성장율은 연평균 80%에
달했다.

그는 영어 독어 불어등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는 설비를 개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연간 20여 차례 유럽 미국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생산라인을 면밀히
살펴보는 열성을 보였다.

이런 노력으로 레벨러등을 개발할수 있었고 지금도 기본 설계에서부터
컨트롤분야등 기술분야를 그가 직접 지휘하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후판을 펴고 자르는 생산기술에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상무는 또 생산 재고 판매상황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94년부터 전업무의 전산화에 힘썼다.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전산시스템 구축으로 본사 역시 소수 정예인력으로
슬림화를 이룰수 있었다.

여직원 2명이 6백여개 협력업체를 전산으로 관리할수 있을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황금에스티는 비첨단분야를 벤처업종으로 일궈낸 파이어니어
기업인 셈이다.

"미래는 첨단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향상 기술에 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실패해도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기업은 언제나
살아남는다"는 것이 이회사의 모토이다.

"원가나 가격보다도 가치(기업.제품)가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이회사는 이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부터 국제화 및 현지화작업에 착수, 중국에서도 레벨러등을 생산키
위해 다음달중 현지에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금이 아닌 현물(설비)투자를 함으로써 3백20만달러 상당의 수출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이와함께 사업다각화도 추진, 내년 6월까지 주물시뮬레이션프로그램을
상용화할 계획이며 G7프로젝트중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뼈교정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틈새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회사의 전략이다.

<문병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