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제일은행은 물론 은행가
전체가 깊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특히 한보사태의 본질은 정치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애매한 은행장들만 줄줄이
구속된다는 불만이 높았던차에 박전상무마저 자살하자 "정치권과 몰지각한
기업가의 불공정거래가 결국 청빈한 은행원이었던 박전상무를 죽음에
내몰았다"는 분위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박전상무의 자살소식을 접한 제일은행 직원들은 한마디로 경악해하는
모습.

이 은행직원들은 이날 오후 늦게부터 거의 일손을 놓은채 박전상무의 자살
동기와 생전의 박전상무의 행동에 대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눴다.

한 직원은 "지난 25일 박상무를 만났는데 무척이나 수척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며 "더 이상 살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전언.

최근 박상무를 만났다는 다른 직원도 ""꿈에 자꾸 헛것이 보인다"는 등
평소답지 않게 자신감없는 태도를 보여 이상하게 생각은 했지만 막상 죽음을
선택할줄은 몰랐다"며 박상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 직원들은 박상무가 재임시절 청빈하고 성실하며 오로지 은행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모범적인 은행원이었다며 한보사태와 관련, 금품을
수수하는 등 하자가 될만한 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

이들은 특히 박상무가 내성적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았다며 말못할 죽음의 사연이 있지 않나 하고 추측하기도.

<>.제일은행 외에 다른 은행직원들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박상무와 함께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한 은행임원은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뒤 심한 모멸감과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은행원 생활을 해왔나 하는
자괴감이 든 것은 사실"이라며 "박상무의 경우 정도가 좀 심했던것 같다"고
회상.

다른 은행관계자는 "마치 한보사태의 모든 책임을 은행원들에게 돌리는
여론을 못내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

어쨌든 한보사태는 청빈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다가 은행에서 물러난
뱅커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금융계도 다시 한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