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에서 한 조직의 생존능력은 정보시스템의 활용여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의사결정을 책임지면서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하는 유능한 CIO(최고정보책임자)의 확보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CIO들을 만나 그들의 발자취와 애환 비전등을 들어
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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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장 오래된 CIO 가운데 한사람인 신훈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은
"요즘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 71년 대한항공에 전산직 공채1기로 정보산업과 인연을 맺은뒤 그때의
입사동기들이 다 떠난 지금까지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자신이 개발하고 주도했던 정보시스템들이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며
자식키우는 보람같은 것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가 소개하는 "장수" 비결은 이렇다.

"무엇보다 먼저 급변하는 정보기술을 익히는데 게을리하지 않았고 경영자와
현업부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솜씨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CIO의 자질이자 필요한 소양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신부사장은 능력을 키우기위해 신기술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만학의 길(89년 건국대 대학원 전자계산학과 석사)에도 나섰다.

서울대 사범대 수학과를 졸업한뒤 20년 가까이 지나서였다.

그는 "CIO의 능력은 정보시스템에 국한돼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회사의 비전과 경영전략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제공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새로운 영업형태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가 PC통신과 인터넷을 이용한 항공권예약이나 티켓리스제를
남보다 한발앞서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행운도 따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정보시스템 개발책임자로 왔을때 당시 박성용
금호그룹회장의 전폭적인 신뢰가 큰보탬이 됐다.

과감한 신기술 도입과 맞물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10개월만의
항공사 온라인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CIO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신부사장은 첫직장을 떠난 것도 CEO를 설득하지 못해서였다고 했다.

10여년간 정열적으로 만든 시스템을 두고 떠나면서 눈물도 흘렸다고 회고
한다.

"정보시스템이 제 효과를 내려면 사회전체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보시스템 도입으로 모든 거래관계가 드러나도 아무런 문제 없을 만큼
정보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게 신부사장의 소망이다.

< 정건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