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기관부실채권처리를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부실채권정리차원을 넘어 부실기업정리를 체계화하고 이를통해
금융산업개편과 산업구조조정의 기본여건을 조성하자는 의도이다.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부동산등 자산을 조기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회생가능기업을 조기에 지원하는게 핵심사항이다.

또 담보물건 가격폭락도 방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처리시스템을 만들어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금융질서교란을
최소화함으로써 부실기업처리과정이 사건화됨이 없이 금융업의 일상업무로
다뤄지도록 하겠다는게 강부총리의 설명이다.

또 금융기관부실화등 금융산업개편과정에서 파생될 문제의 합리적 수속으로
금융개혁도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종합적인 부실채권대책마련에 나서게 된것은 한보 삼미그룹
부도에 이어 진로그룹마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처리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로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가 급락해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한편으로 98년말부터 외국은행의 현지법인설립까지
허용되는 것을 비롯해 자본자유화와 국내금융시장개방이 점점 빨리지고 있다.

또 금융개혁추진과정에서 부실채권발생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해야할
필요성이 절박하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말현재 25개 일반은행의 회수가 의문시되거나 손실로
추정되는 부실여신이 2조4천4백39억원으로 총여신중 0.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그러나 6개월이상 연체여신중 담보가 있는 여신인 "고정" 여신을 합친
불건전여신은 11조8천7백39억원으로 총여신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6대시중은행을 보면 불건전여신비율이 5.06%나 된다.

미국의 경우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가입은행이 보유한 3개월이상 연체된
부실여신비중이 1.16%인 것과 비교하면 부실채권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
임을 알수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안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담기구가 담보물건을
신속하게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돼있어 현재도 담보물건처분이 지지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채권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자금만 계속 잠겨 있을수 있다.

금융기관의 출연금이나 대출금으로 부실여신을 정리하는 것은 회계상으로만
부실을 떨어내는데 불과하다.

이와함께 채권발행과 차입등으로 재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금리상승으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건전한 기업등 국민일반의
부담으로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