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발행 당좌수표.어음이 "위변조"를 이유로 부도처리되는 과정에는
주거래은행도 깊숙히 개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사유로 억지부도 처리된 케이스도 속속 드러나 금액이 3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로그룹 관계자는 22일 "교환에 회부된 당좌수표와 어음을 결제할 자금이
부족해 "위변조 사고신고서 제출후 부도처리" 하는 방법에 관해 주거래은행
들과 사전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은행들이 특정대기업의 부도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어서 향후 적지 않은 법적논란과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절차는 관련당좌수표.어음이 정말로 "위변조"됐다면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문제는 부도처리된 수표.어음의 위변조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

지난 18일 29억7천만원규모의 당좌수표를 교환에 회부했다가 19일 부도처리
통보를 받은 대신생명도 불과 이틀전에 진로로부터 담보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진로가 일단 부도위기를 넘기고 향후 자금여유가 생길때 부도처리된
수표.어음에 대해 결제하겠다고 사후 통보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계에선 위변조를 통해 부도처리된 진로어음의 규모가 3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선 가차없이 부도처리하는 관행에
비춰볼때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에
관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