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로등 진로그룹의 6개계열사가 금융권 공동의 "부도방지협약"의 첫
적용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모든 채권행사가 오는 28일까지
유예되고 있다.

그러나 협약발효 첫날인 지난 21일 하룻동안에만 7백19억원의 진로어음이
교환회부되고 이중 3백2억원만 선별적으로 부도처리되는등 진로어음처리문제
를 둘러싸고 금융시장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부도방지협약 자체가 워낙 급조된 탓에 채권금융기관과 진로그룹간
은 물론 제1.2금융기관간과 채권은행간에도 곳곳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종금사들은 "추가여신지원을 절대 분담할수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관철될때까지는 협약에 가입할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부 종금사 파이낸스사 할부금융사들은 협약발효에도 불구하고 보유어음을
교환에 회부, 부도처리될 경우 법정소송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다지고 있다.

또 부도방지협약에 서명한 잉크가 채 마르기도전에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보유어음을 교환에 돌려 은행간 약속을 앞장서 저버리기도 하는등 극도의
혼란상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지난주 위.변조 사유로 부도처리한 어음의 지급결제문제
<>부도방지협약 자체의 구속력시비 <>진로이외의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자금
조기회수현상등이 복잡하게 얽혀 부도방지협약은 출발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다.

<> 어음교환지속 =진로 6개계열사에 대한 채권행사를 중지한다는 협약에도
불구, 어음교환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일에만 7백19억원이 교환에 돌려졌으며 이중 3백2억원이 부도처리
됐다.

22일에도 2백53억원이 교환회부됐다.

이처럼 어음교환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2금융권이 협약에 아직까지
부정적이기 때문.

종금사등 제2금융기관들은 협약가입을 미룬채 보유한 어음을 교환에
돌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결제되면 좋고 부도처리되도 위약금을 물지 않아서다.

더욱이 진로그룹을 상대로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하려면 근거가 되는
부도어음이 있어야 하므로 어음교환을 오히려 서두르는 양상이다.

<> 은행들의 약속파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지난 21일 이 약속을 파기,
보유어음을 교환에 회부했다.

제일은행은 한솔종금으로부터 사들인 진로그룹의 어음(무보증CP) 2백억원
어치를 만기인 이날 교환에 회부, 조흥은행 서초동지점에서 부도처리됐다.

서울은행도 상업은행 서초동지점에 긴급대의 담보로 잡은 당좌수표 83억원
을 교환에 돌렸다가 역시 부도처리됐다.

물론 두 은행은 예금주가 한솔종금이었다거나, 타입대의 성격탓이라고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협상파기로 해석되고 있어 협상의 유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자회사들이 보유한 어음을 교환에 돌리고 있어 제일
서울은행과 별로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부도처리기준의 모호성 =채권은행은 당초 진성어음과 물품대는 결제하고
융통어음은 부도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부도처리된 3백2억원의 기준이 모호하다.

이런식이라면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어음교환을 부채질해 채권행사유예약속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협약의 위법시비 =금융기관협약은 사실상 초법적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제2금융기관들이 본격적인 재산권행사에 들어갈 경우 협약은 뿌리째
흔들릴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권반환청구소송이나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이 승소하거나 그 전단계로
진로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해 버리면 진로의 회생방침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