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에 이어 진로그룹도 대규모 융통어음을 발행해 파이낸스업계와 할부금융
업계로부터 불법으로 대거 할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진로건설은 납품대금결제 등의 상거래행위에 관계없이
급전조달용으로 1천2백억원의 융통어음을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에 할인해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로그룹의 타계열사가 발행한 융통어음까지 합치면 할인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는 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진성어음만
할인해 줄수 있으며 융통어음 할인은 금지돼 있다.

진로건설 관계자는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가 최근 3개월사이 6백억원
어치의 융통어음을 돌려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현재는 융통어음 할인잔액이
8백억원"이라고 말했다.

D종금사 여신담당부장은 "기업이 가짜세금계산서 등을 첨부해 진성어음으로
위장한 융통어음을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가 할인해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지난번 한보 부도때도 이들 업계가 한보가 발행한
수천억원대의 융통어음을 대거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의 불법적인 융통어음 할인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재경원은 파이낸스업계에 대한 현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파이낸스사의 경우 전주로부터 예금을 받기도 해 은행법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스사는 현재 상법상 설립회사로 돼있어 법적으로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지나치게 난립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계는 "금융기관의 난립이 기업의 방만한 자금운용을 낳아 재무관리를
악화시켰다"며 "지나친 난립을 방지하는 수단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교환에 회부된 어음을 선별해 부도처리하는 것과 관련,
하청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성어음은 결제해주는 대신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결정하는 시점까지 교환에 회부된 융통어음은 일체 부도처리시킨다
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진성어음이지만 사실상 융통어음을 할인해준 파이낸스와
할부금융업계는 진성어음임을 입증하기기 여의치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융통어음이란 ]]]

사업을 하다보면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생긴다.

자신의 신용으로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수 없고 담보로 잡힐 것도
아무 것도 없다면 계열사나 아는 사람의 회사에 부탁해서 그 회사로부터
자신을 수취인으로 하는 어음을 발행받는 방법이 있다.

이 어음이 바로 융통어음이다.

물건이나 용역의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발행한 진성어음에 대응되는 말이다.

어음을 빌린 사람은 지급기일까지 할인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그 어음을
다시 사서 발행인에게 돌려주거나 지급기일까지 어음금액을 발행인에게
건네면 된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