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3년이상 지속되면서 피혁 구두판매업체들은 울상이다.

호경기때 매년 한두켤레쯤 사신던 직장인이나 주부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실업과 실질임금의 감소로 무엇이든 절약하지 않고는 가계를 꾸려
나가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얼굴이 활짝 핀곳이 있다.

다름 아닌 구두수선점이다.

가계지출을 줄이기 위해 새구두 대신 헌구두를 이곳에서 고쳐 신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구두수선을 하는곳은 길거리를 점유하고 있는 박스형태의 수선점이
대부분이다.

이런 수선점들은 엄밀히 말해 전문적인 수선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낙후된 구두수선기술은 물론이고 재료도 변변치 않다.

구두를 손질하는데 몇가지 되지않는 구두약이나 광택제를 사용,
겉표면만 덧칠하는 까닭에 가죽의 특성이 퇴색되고 내부의 찌든 때와
악취 등으로 비싼 구두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예가 허다하다.

이에따라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않은 상태이다.

이같은 불만을 해소한 것이 "구두칼라 세탁시스템 (일명 구두세탁소)"
(02-646-4683, 4256)이다.

이 시스템은 구두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래의 가죽과 색상을 살리는
최첨단 구두수선방식이다.

각종 구두수선에서부터 가죽세탁, 광택, 칼라염색, 살균처리까지 일괄
처리하고 있다.

구두칼라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은 (주)인맥의 윤충하 사장이다.

그는 3년전 미국에서 운동화세탁기계를 개발했다는 얘기를 듣고 구두
수선에도 이같은 세탁시스템을 도입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95년 2억원을 투자, 구두수선에 필요한 피혁전용세척제, 영양크림 등
3백여종의 특수약품과 가죽탈수기계, 굽절단기, 염색 및 광태기 등
수선기계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윤사장은 지난해부터 구두세탁소라는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불과 1년남짓사이에 30여개의 체인점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구두세탁소의 구두수선공정은 모두 15단계이다.

우선 보형기에서 모양을 갖춘다음 가죽의 이물질제거, 훼손부위복원처리,
세척, 영양공급, 채색, 광택작업을 거쳐 살균처리로 모든 공정이 마무리
된다.

칠이 벗겨졌거나 가죽이 찌들어 신을수 없는 5-10년된 구두도 이 과정을
거치면 완전한 새구두로 재탄생된다.

구두세탁소는 일반구두외에 골프화, 세무, 누박, 등산화 등 특수신발도
고객이 원하는 모습으로 복원시켜준다.

이렇게 헌구두를 새구두로 재탄생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신발수거에서
배달까지 대략 2-3일 이다.

수선비도 싸다.

시중 가격의 절반수준이다.

일반 수선점에서 1족의 구두를 염색할 경우 1만-1만5천원을 받고 있으나
이곳은 4천-5천원이다.

염색과 굽교환등 풀코스로 구두를 손보면 1만-1만2천원을 받고 있다.

수선비가 저렴하다고 수익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통업이나 제조업은 마진률이 낮고 경쟁도 치열하지만 이 사업은
70%이상이 점주의 마진이다.

구두세탁소의 체인개설비용 (임대비 별도, 10평기준)은 수선기계구입비
7백만원, 초도상품비 7백만원, 인테리어비 1백50만원, 기술이전료 3백만원,
간판비 및 홍보물제작비 1백50만원, 가맹비 5백만원을 합쳐 모두
2천5백만원이다.

체인점을 운영하려면 본사에서 15일간 염색기술과 기계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본사교육을 수료한뒤 보름정도 현장실습을 거쳐야 한다.

점포입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전철과 버스정류장 등 역세권이 유리하다.

이사업은 재활용이라는 시대조류에 걸맞을뿐아니라 불황속의 절약
사업으로 인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최근에는 중국 등 동남아로부터 재활용된 구두수입에 관한 전화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인맥은 멀지않은 장래에 중고구두 수출업체로까지 발돋움할
전망이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