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7일 진로그룹 처리문제와 관련,
"진로그룹의 부도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경제에 이롭지 못하다"고 말해
진로그룹에 대한 회생지원가능성을 시사했다.

강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구조조정과정
에서 도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 그러나 진로의 경우 상표가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고 해당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로가 자구노력에 착수한 만큼 당연한 경영위기를 잘 넘기면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고 말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한 회생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강부총리는 현대그룹의 제철업진출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철소를
신규설립할 경우 부지조성과 관련하여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 것이고 해외
에서 자금을 들여올 때도 금융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며 자금이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밝혀 현대그룹의 제철소 신규건설을 불허할 방침
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강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초 방송기자클럽 정책토론회에서 앞으로
기업들의 신규사업진출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해당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어서 주묵을 끌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현대그룹이 새 사업을 벌이지 않고 한보철강을 인수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