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징후기업 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 협약이 마련됐지만 은행들은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지난 87년 6월 마련된 "기업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간 협정"
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이는 15일 열린 11개 은행장회의에서 "전체은행 여신잔액이 2천5백억원
이상인 기업 또는 계열기업군에 대해서만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운영
하면 2천5백억원미만 기업은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은데 따른
것이다.

실제 전체은행 여신 2천5백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채권금융기관협의회
대상이 될수 있는 기업은 51대 그룹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칫 협의회가 대기업만 살리는 역할을 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선
힘도 못쓰는 반쪽 기구가 될 우려가 생겨났던 것이다.

"기업정상화" 협정은 갱생 가능성이 있고 부도처리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협조가 필요할 경우 주거래은행이
은행감독원에 관련 채권금융기관 회의소집을 요청할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특히 "기업정상화" 협정은 이번에 만들어진 "금융기관협약"과는 달리
"은행감독원은 필요할 경우 채권금융기관 관계자회의를 소집해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의결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을 이용해 기업정상화를 도모한 사례는 전무하다.

규정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다는 얘기다.

채권금융기관간에 워낙 이해관계가 얽혀 주어진 제도를 이용조차 할수
없었던 것이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이같은 전례를 들어 이번 협약도 결국 같은 운명을
맞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제2금융권이 은행중심의 "금융기관협약"에 동참하기를 꺼리고 있어
협약은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