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개량해 만든 생활한복 분야가 새로운 의류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복을 일상복으로 정착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우리 전통의 옷이
서구풍의 기존 의류를 대체, 시장셰어를 확대해가고 있다.

서양문물의 국내 침투로 우리문화 훼손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우리 것을
찾으려는 정서가 확산, 생활한복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체부가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올들어 매월 첫째 토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정한 것도 수요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럿이함께 새내 등 생활한복 업체들이 호경기를 맞고 있고 신설
업체가 잇따르는가 하면 삼성 이랜드 등 몇몇 대기업에서도 생활한복 사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민족의 옷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성과 현대미를 살린
생활한복을 기성복으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출발한 이 분야가 10년여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셈이다.

그동안 생활한복을 공급하는 곳은 여럿이함께 새내 질경이 돌실나이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 명퇴자가 늘어나면서 이 분야 신규 참여자가 증가,
최근 "우리들의 벗"이 신설되는 등 매달 2~3개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인기탤런트 등 몇몇 연예인들이 생활한복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석진어패럴이 용비어천가 상표로 개량한복 판매를 시작하는등 기존 의류
업체들도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여럿이함께(362-4468)는 생활한복 업체로는 유일하게 백화점(쁘렝땅)에까지
입점, 일반 캐주얼 못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리점및 특약점은 전국에 걸쳐 약 40개가 된다.

이 회사가 면 마 삼베 등 국산 소재로 만든 생활한복은 미국 한인회를 통해
워싱턴 등지의 교포사회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이한재 사장은 "생활한복 분야도 소재 디자인 염색 등 개발의
여지가 많다"며 나주 동신대와 공동으로 천연염색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강원 원주소재업체인 새내(0371-44-0458)는 올 1.4분기중 판매실적이 지난해
동기대비 1백%이상 늘어나자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2배인 40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문대리점및 직영점을 포함 판매망은 모두 50여개.

새내는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을 전량 자체 생산키로 하고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이달말 원주에 새 공장을 완공한다.

생산능력 확충에 따라 이 회사는 우리 전통의 소재를 이용해 고급 웨딩
드레스도 제작, 공급할 계획이다.

14년째 생활한복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는 질경이(744-5606) 또한 전문점 등
매장이 지난해말 40여개에서 현재 60개로 늘어나 있으며 더이상 매장 확대가
곤란할 정도로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돌실나이(745-7451)는 창업 3년만에 40여개의 매장을 확보했으며 생활한복
외에 누박(소가죽) 소재의 신발과 웨딩드레스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생활한복이 이처럼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활동성 실용성 등 장점이 많은
데다 가격도 저렴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활한복은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5만~20만원이면 한벌을 구입
할수 있다.

한편 생활한복의 수요증가에 따라 연간 시장규모는 올해 1백억원대에서
내년에는 3백억원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오는 2000년대에는 전체 의류시장의 5~10%를 생활한복이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복이 생활복으로 널리 확산되기 위해선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한복은 불편하다는 일반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다.

교복 출근복 등 때와 장소 용도 취향에 따라 입을수 있도록 다양한 한복을
개발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조선시대 말기의 디자인으로 획일화된 한복양식에서 탈피해 고구려 신라
백제의 복식 등 전통을 바탕으로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함께 물빨래가 가능하며 잦은 세탁에도 견딜수 있는 한복 옷감을 개발
하는 것도 중요 과제이다.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