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한국의 주세제도가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지난 주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으로 9일 밝혀졌다.

EU측은 위스키 등 수입 주류와 국산 소주간에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주세제도가 WTO 규정상의 "내국민대우"에 위배된다면서 지난 4일
WTO의 분쟁해결절차에 넘겼다.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되면 1개월 이내에 양자간에 협의를 개시, 60일내에
합의해야 하며 실패할 경우에는 분쟁해결기구를 통해 패널이 설치돼 원칙적
으로 6개월간 패널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한국은 수입 위스키와 브랜디에 대해 1백%의 주세와 주세액의 30%에
달하는 교육세를 포함, 1백30%의 세금을 부과하며 국내 증류식 소주는 주세
50% 등 55%, 희석식소주는 주세 35%를 포함한 38.5%의 세금을 물리고 있다.

EU는 이와 관련, 지난 1월 브뤼셀에서 한국과 처음 주세협상을 갖고 유럽산
위스키 및 브랜디에 대한 세율인하 등 주류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3월15일
까지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임을
시사했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EU측에 오는 5월초 서울에서 2차 협상을 갖자고 제의
하고이 때 소주와 위스키간의 주세격차 감소계획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EU측은 한국과 비슷한 입장인 일본의 주세제도 문제를 WTO에 제소,
이미 지난해 승소한데다 한국이 국내사정 등으로 계속 시간을 끌려는 것이
아닌가 보고이 문제를 WTO에 제소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오는 2001년까지 위스키 세율을 58% 인하하는 한편 소주에 대한
세율을 종류별로 1.6-2.4배 인상키로 지난 2월 EU측과 합의한 바 있는데
EU측은 이와 관련, 한국의 수입 위스키와 소주간 주세 격차를 일본처럼 3%로
좁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서는 위스키 주세를 하향조정하고 소주 및 맥주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주의 세율이 1% 인하될 경우 세금감소
규모는 약 1백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