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은 없다"

경쟁 기업과 손을 잡고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이른바 전략적 제휴가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전략적 제휴는 대기업들과 제조업체 유통업체간에 새로운 생존전략
으로 시도돼왔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들도 불황의 파고를 넘고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이런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과 판로 확대를 꾀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전략적 제휴는 한가지 기술에 전문업체가 많은 업계 특성상
서로의 기술을 합쳐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면서도 전문시장이어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의료기기업계이다.

지난해말 의료기기 업계 최초로 초음파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과 전자
혈압계업체인 세인전자가 합작으로 바이오시스를 설립한데 이어 올해초에는
수술용 의료기기업체인 솔고와 혈압계업체인 자원메디칼이 손을 잡았다.

메디슨과 세인전자법인이 각각 33%씩 출자하고 양사 직원들도 자본 참여해
출범한 이 회사는 메디슨의 심전도 관련 기술과 세인전자의 생체신호 환자
감시장치 관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지능형 환자감시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관련 기술을 각각 정부의 공업기반 기술자금을 받아 상품화하는데
성공, 서로 상대방의 기술을 합친다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손잡게 됐다.

바이오시스는 앞으로 12채널 자동심전계와 몸에 부착하는 심전계 폐기능
측정기 병원용 디지털 측정기 등의 생체신호측정 사업을 벌여나가게 된다.

국내 최대의 수술용 의료기구업체인 솔고와 혈압계 업체인 자원메디칼의
합작은 양사의 전공분야를 합쳐 정밀 전자의료기구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
하고 가정용 의료기기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양사는 공동으로 공학연구소를 올해중 설립하고 소형 정밀전자 의료기구와
인체내 기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솔고의 영업망을 통해 자원메디칼의 혈압계를 시판하고 앞으로도 자원메디칼
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제품중에서 가정용 제품은 솔고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생산분야에서도 솔고는 자원메디칼에서 전자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
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작계기는 서로가 애로사항을 느끼던 점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

첨단 맥파측정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방식의 혈압계를 개발한 자원메디칼은
지난해말부터 제품을 본격 시판하면서 후발업체로서 판로 확대가 가장 큰
과제였었다.

또 수술용 메스 등 의료용구에서는 세계적으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솔고는 최근 몇년간 가정용 의료기기사업으로 다각화를 하면서 전자관련
의료기기 기술이 절실히 필요했었다.

이러던 차에 지난해 우연히 관련 전시회에 나란히 참가한 솔고 김서곤 사장
과 자원메디칼의 박원희 사장은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전격적으로 함께
신사업을 해보기로 합의하게 됐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인 연우엔지니어링(대표 이건환)과 반도체 공장
클린룸의 소모용품인 와이퍼와 페이스 마스크를 생산하는 한송(대표 형남신)
은 별도의 합작회사를 세우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나누어 하고 있다.

한송의 페이스 마스크는 원래 지난 92년 연우엔지니어링에서 개발했었다.

테스터 장비사업이 주력인 연우는 이 제품의 시판 영업까지 하기에는 힘이
분산된다고 생각해 반도체 소모용 수입판매업체였던 한송에 공급키로 했다.

해외수출만 장비 관련 수출입사업을 하는 연우가 했다.

그러다가 연우가 테스터 업체로 급성장하고 한송이 와이퍼를 국산화 개발
생산하면서 올해부터는 페이스 마스크도 한송이 안양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서로 잘 할수 있는 사업을 하는 분업을 효율적으로 이룬 것이다.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 장비로 유명한 미래산업도 후공정 장비인 테스트를
주력으로 하다가 전공정 장비사업에 진출키 위해 미국의 반도체 전공정 트랙
장비 벤처기업인 AIO 마이크로 서비스사와 손잡고 합작법인 "미래 AIO"를
세운다.

재미교포인 김인곤 사장이 지난 88년에 설립한 벤처기업인 AIO는 미래산업
으로부터 자본을 얻고 미래산업은 전공정 사업을 위한 첨단기술을 손쉽게
얻게 된 것이다.

이들 업체는 동업계 업체들과의 전략적인 제휴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합쳐 새로운 사업을 할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힌다.

한편으로는 생산과 유통의 제휴가 아니라 기술의 제휴인 경우 실제 서로의
기술을 내놓고 공동의 사업을 하는데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중소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이루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고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