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시중에 풀린 통화가 적정수준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새해들어 통화지표를 기존의 M2 중심에서 MCT로 바꾸어
발표하면서 두 지표간에 상반된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CT에 근거하여 시중에 돈이 모자란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통화당국에서는 제반여건을 감안해 볼때 적정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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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보 < 현대증권 상무 >

최근 통화가 너무 풀려 물가불안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언론에 자주 보도
되고 있다.

이는 통화지표에 대한 상반된 해석에서 기인된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수준은 총통화(M2)증가율은 높아지고 있으나 총통화
(M2)에 CD와 신탁을 합한 MCT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M2는 MCT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유동성의 과소여부는 MCT
증가율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1988년부터 1996년 사이에 평균 24%에 달하던 MCT증가율은 작년 12월
처음으로 20%미만으로 떨어진 뒤 금년들어서도 17.8~18.8%의 낮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우기 국제수지 적자에 따라 해외로의 자금유출이 커지고 있으나 자금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높은 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또 경상수지
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조작이나 재할인을 통해
금융시장에 공급한 자금의 수위가 지준예치금으로 흡수한 자금보다 큰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은행이 공급한 자금보다 흡수한 자금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6년10월말 현재 한국은행은 37조 내외의 자금을 순흡수하고 있는데
이는 M2의 22%에 달한다.

이에비해 연방준비은행은 총통화의 9% 가까이 되는 3천3백불 내외의
자금을 순공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통안증권을 25조 정도 발행하고 있는데다, 15조 내외의 재정
잉여금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금융시장에서 운용하지 않고 한국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자금공급 억제책은 결과적으로 고금리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이 저축을 늘리고, 기업들이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오더라도 이를 한국은행이 환수해 간다면 자금부족은 해소될
수가 없고 금리도 떨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통화가 늘어나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통화공급에 대한 해석상의 오류로 판단된다.

기존의 화폐공급에 관한 이론은 본원 통화가 공급되면 금융기관의 신용
창조기능을 통해 화폐가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화폐에 대해서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의 중심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총통화
(M2)나 MCT에서는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성예금.CD.신탁" 등 금융자산이
80~90%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산이 화폐와 다른 점은 이자가 지급되면 자연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즉 한국은행이나 해외로부터 본원통화가 공급되지 않아도 이자가 지급되면
통화가 증가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자금을 흡수하면 할수록 금리는 높아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M2나 MCT의 증가율은 높아진다.

실제로 1991년부터 1996년11월 사이에 한국은행과 해외부문을 합해서
(통안증권이자 제외) 11조 내외의 본원통화가 금융시장을 빠져나갔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의 통화 증가는 모두 이자지급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한국은행의 자금환수로 고금리가 유지된 결과 통화증가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유동성부족과 고금리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통안증권을 현금상환하고 재정잉여금을 금융권에
공급하므로써 자금흐름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현재의 고금리를 인하하고
경상수지를 개선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