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산업이 오는 99년 KFP사업 종료이후 마땅한 후속사업이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추가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하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그동안 키워놓은 기반시설을 내팽겨칠수도 없는 입장이다.

민간기와 군용기 분야에서 각각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형항공기와 한국형 고등훈련기(KTX-2) 개발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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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손으로 만든 비행기가 전세계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까.

유럽 AIR사와의 추진중인 중형항공기개발 협력프로젝트와 이를 수행할
공동회사의 설립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비행기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국과의 국제공동개발사업 결렬, 네덜란드의 중형기업체인
포커사 인수 실패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표류해온 중형항공기 사업이
마침내 매듭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중형기사업은 93년3월 김영삼 대통령이 삼성항공 창원공장을 방문,
21세기의 한국경제를 선도해갈 첨단산업으로 항공기산업 육성을 지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항공산업은 국가방위에 필수적인데다 연관산업으로의 기술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지역의 항공운송량이 급증하며 항공기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연스럽게 대형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중형항공기 개발이
국책사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항공산업의 3대 요소인 기술 자본 시장중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갖춘게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 항공업계의 기술수준은 50인승급 프로펠라비행기를 간신히
조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부품제작이나 정비는 해봤지만 완제기는 설계는 커녕 만들어본 경험도
없었다.

판매할 시장이나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중형항공기 사업방향은 결국 독자개발에서 국제공동개발로 선회했고
때마침 엄청난 잠재시장을 가진 중국이 유력한 합작파트너로 떠올랐다.

93년11월 한.중 정상회담, 94년8월 양국 경제장관회의 등을 거치며
협력계획은 급진전됐다.

양국이 각각 6억달러씩 총 12억달러를 투자해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를
개발한다는게 기본구도였다.

국내에서도 삼성항공을 주관회사로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기체 제작4사와 부품업체 10개사가 참여한 중형항공기개발사업조합(KCDC)가
구성됐다.

정부는 중형기개발에 드는 비용중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한.중 합작사업은 95년말 돌연 중국측이 <>최종조립장을 중국내에
건설하고 <>한국측 참여지분을 10% 내외로 제한하겠다는 주장을 하며
결렬되고 말았다.

이후 삼성항공이 96년초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렸던 네덜란드의
중형기업체인 포커사 인수작업에 나서며 중형기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지만 이역시 국내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실패하고 말았다.

국내 업계가 중형기개발사업을 수행할 공동회사로 가칭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를 설립하고 AIR사가 새로운 합작파트너로 떠오르며 국내 항공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AIR사와의 공동 프로젝트에는 국내 업체들이 40% 가량의 지분을 투입,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설계작업부터 제작까지 전과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중형기시장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경쟁력 있는 항공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또 이과정에서 핵심기술을 습득,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기술경쟁력 향상은
물론 국내 항공산업의 자립기반까지 만들어내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감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