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인수인가, 강탈인가"

코카콜라와 범양식품이 영업권및 자산양도를 위한 협상이 지난달말이후
일체 중단,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있다.

범양식품은 코카콜라본사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지난 73년부터
충남북.대구경북지역에서 코카콜라를 생산, 판매해온 회사.

현재 범양은 원액공급이 중단돼 재고를 판매중이며 이달 중순이면
이마저도 바닥나 영업을 완전히 중단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코카콜라는 국내 4개보틀러사 가운데 지난달 우성식품, 호남식품을
이미 인수, 남부지역에 대한 직판체제를 완결하기위해 범양인수를
추진중이다.

북부지역은 두산음료가 계속 판매생산한다.

코카측과 범양은 인수자체에 대해서는 동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그러나 이를 위한 인수가격과 유예기간등 주요조건에 있어 시각차가
워낙 커 협상진행은 커녕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있다.

코카측은 우성(1천1백억원)과 호남(4백85억원)을 인수한 가격을 참조,
총 5백억원을 제시했다.

범양은 신탄진공장만 2천3백억원을 요구하고있다.

범양은 가격외엥 두가지를 더 요구하고있다.

다른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이행기간을 2-3년동안 보장할 것,
협상기간중 콜라원액을 계속 공급할 것등이다.

범양은 "이제까지의 코카측과의 계약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코카콜라가 원액공급권을 가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값싼 가격으로
자산과 영업권을 가져가려한다"고 주장,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놓은 상태다.

이에대해 코카측은 정반대의 주장이다.

코카측은 "범양의 한 공장가격이 우성과 호남의 모든 자산 영업권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5년전부터 이미 원액공급중단및 직판을 공식적으로 예고해왔고
지난해 6월 재계약을 하면서도 다시 갱신하지않는다는 조건을 달았기때문에
이행할 시간을 충분히 준셈"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원액공급중단은 계약에 의한 정당한 행위라는 견해다.

코카는 8백여명의 범양 임직원 전원을 그대로 승계, 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하겠다는 점도 덧붙이고있다.

코카측은 "계약에 의한 법적책임은 물론 상도의상으로도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취하고있다.

그러나 실랑이가 길어지면 피해가 커지는 쪽은 아무래도 코카콜라.

당장 이달 중순부터는 국내 시장가운데 21%를 차지하는 범양의 관할권에서
코카콜라의 판매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장기적인 피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양은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않을 경우 코카콜라불매운동을 비롯
원액공급재개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경영자들끼리의 협상이 장기화되면 일거리를 놓친 범양의 노동자들이
입을 금전적 피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측의 입장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