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이나 수표를 빌려 줍니다"

요즘 신문에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한 광고문구이다.

금융계는 최근들어 일부 사채업자들이 어음및 수표의 판매를 공공연히
매매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며 단속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사채업자들이 일정기간 이상 당좌거래가 있는 업체를 통째로 사들인
다음 이 회사 이름으로 어음과 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재산이 없는 사람을 인수한 기업의 사장으로 앉힌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정 마진을 받고 원하는 액수가 적힌 어음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금융사기를 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발행된 어음은 결제의사가 전혀 없는 어음.

어음 인수자는 이 어음을 신용금고나 파이낸스와 같은 미니 금융기관에
가서 할인을 받아 현금화하게 된다.

시중의 한 신용금고 관계자는 "어음 발행 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체크하려
해도 은행으로부터 들을수 있는 얘기는 "보통"이라는 말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음 인수자가 딱지어음 사기단일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사기단은 재고가 쌓여 물건 판매에 허덕이는 업체들을 타켓으로 정한고
소액어음을 건네면서 물건을 사주고 결제대금을 수차례 지급하면서 신용을
쌓아간다.

그러다가 일시에 고액 어음을 건네고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렇게 구매한 물건을 덤핑으로 시장에 풀어 유통질서까지 문란
하게 하고 있다.

금융계는 어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어음및 수표
매매가 공공연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