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가 안팔린다.

금융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조건으로 금융채를 매입해줄 것을 요구하는 변칙영업도
활개를 치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 장기신용 중소기업은행 등은 금융채 판매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최근 금리가 불안한데다 단기 고금리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어 기관및 일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융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신용은행의 경우 지난 4일 현재 금융채 판매실적이 1조19억원에 그쳐
목표(1조2천5백억원) 대비 81.5%에 그쳤다.

중소기업은행도 9천5백58억원에 불과, 1.4분기 판매목표액인 1조1천50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3조7천억원이상을 내다팔아 연간목표(10조2천억원)의
37.5%를 달성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채 판매가 부진하자 이들 은행은 거래기업을 상대로 "금리네고"를
벌이는 등 무리를 감행하고 있다.

산금채를 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금채를 구매한 기관의 20%이상이 거래처"라고
털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또 "이들 은행이 지난달말 금융채 발행금리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더욱 부진한 판매실적을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기간별 발행금리를 0.3%포인트이상
인상하는 고육책으로 1주일만에 무려 1조1천6백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채 발행이 허용되는 시중은행들도 채권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며 발행시기및 물량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