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경력 12년의 현병수(32)씨.

그는 국내 "사이버 바텐더 1호"로 통한다.

그가 이달 중순께 인터넷에 "가상 칵테일 바"를 개설하고 네티즌들에게
칵테일의 묘미를 선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세계 각국의 칵테일
정보를 사냥해왔다.

"인터넷에서는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을수 있다는 말에 주저없이 컴퓨터를
구입하고 칵테일 정보를 찾아 가상세계를 누비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문서상에 전해지는 칵테일의 종류가 8천여가지인데 반해 인터넷에서는
1만2천여개의 칵테일 제조법을 구할수 있었다고 들려준다.

현씨는 지금껏 인터넷을 통해 2만~3만쪽 분량의 칵테일 정보를 수집했다.

또 각종 사이트를 뒤지며 칵테일의 유래를 비롯해 제조방법및 바의 영업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수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모은 자료를 토대로 1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칵테일 관련 종합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를 구축,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계획
이다.

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목일을 하던중 바텐더의 길로 들어섰다.

우연히 본 한 바텐더의 현란한 몸동작과 맵씨있는 유니폼이 그를 자극했다.

그는 그길로 학원으로 달려가 2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밟았다.

85년초 이태원의 한 외국인 전용바에서 정식 바텐더로 입문했다.

"당시만 해도 바텐더는 능력에 따라 월 4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인기 상한가 직종이었습니다.

당시 대기업 과장 월급의 7, 8배가 넘는 수준이었죠"

인터넷을 통해 얻은 각종 칵테일 정보와 다년간의 실전 경력은 그를 칵테일
박사로 만들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칵테일 경제론"을 가질 정도.

"칵테일 한잔으로도 경제를 읽을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과일향이 많은 칵테일의 인기는 경기가 호황이라는 현행 지표
입니다.

또 지금처럼 폭탄주나 드라큐라주 등 알콜성이 강한 술이 유행하면 여지없는
불황입니다"

그는 국내에 유행하는 폭탄주가 미국 대공황 시절에 나온 칵테일의 변종
이라고 설명한다.

현씨는 우리나라 칵테일 인구 확산을 위해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칵테일
전문정보 제공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인터넷 화상회의를 이용해 원격 칵테일 교육도 실시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 글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