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철강업계 공동인수는 과연 가능할까"

3일 한보철강 위탁경영진이 국회 한보특위에서 당진제철소 처리방안과
관련,철강업계 공동인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등장했다.

물론 위탁경영진이 한보철강 인수자로 철강업계 컨소시엄만을 못박은 것은
아니다.

손근석사장은 이날 "제3인수자로 철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물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인수자금 규모가 큰 것을 고려하면 필요시 철강업체들의
공동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표현대로라면 철강전문기업이나 기존 철강업계 컨소시엄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손사장 지적대로 기존 철강업체중 3조4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당진제철소를 단독으로 인수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점을 따지면 기존
업계 컨소시엄 인수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기존 철강업체들이 이날 업계 컨소시엄 인수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다른 업체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실 철강업계 공동인수 방안은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한보철강 부도직후 부터 업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돼온 카드다.

철강업계에선 "대기업중 딱히 인수 희망자가 없고 한 기업이 가져갔을때
특혜시비가 우려된다면 철강업계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말이 흘러다녔다.

한 관계자는 "기존 철강업계가 당진제철소를 공동 인수하면 냉연과 강관
업체는 열연강판등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면에서, 전기로업체들은
미니밀 코렉스등 신기술 습득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이 될 것"
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경우 컨소시엄 참여 업체론 <>동부제강 연합철강등 냉연업체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 한국철강등 전기로 업체등이 거론됐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하루라도 빨리 한보철강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는 포철과
특혜시비 없이 일을 처리하려는 정부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철강업계
공동인수 방안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선 특정기업이 당진제철소를 인수하는 것보다 기존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맡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이란 견해가 많다.

그렇다고 철강업계 공동인수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

실현 가능성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게 업체들간 경영권 시비의 소지가 있다는 점.

철강업체들이 비슷한 지분만큼씩 공동으로 한보철강을 소유할 경우 경영권
을 둘러싼 업체간 마찰 가능성이 커 순조로운 경영 정상화가 되겠느냐는
얘기다.

한 전기로 업체 관계자는 "부실화될 대로 부실화된 한보철강의 경우
전문적 식견과 리더쉽을 갖춘 주인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해도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데 주인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지적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제3자인수가 특혜시비와 인수자 선정 어려움으로 난항을
거듭한다면 그 다음 대안으론 철강업계 공동인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건 사실이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