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우롱차 둥글레차 등과 같이 당분이 없는 "무당차"가 음료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숭늉맛이 나는 둥글레차의 경우 커피를 대신해 오피스가의 접대용차로
자리잡아가고 있을 정도로 무당차는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추세다.

국내에 무당차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태평양이
캔설록차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첫선을 보인지 3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당차음료 시장은 그동안 급속도로
성장했다.

우롱차 둥글레차 보리차 결명자차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졌을 뿐만아니라
생산업체도 16개사로 크게 늘어났다.

제일제당의 추정에 따르면 93년 7억원에 불과했던 무당차시장은 올해
5백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당차가 음료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데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제고가 크게 작용했다.

"소득수준의 상승에 따른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의 섭취증가로 성인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저칼로리.무당분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현재 태평양 음료사업팀장)는 것.

무당차는 성인병 예방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어서 중년남성은 물론
10~20대 여성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 전래의 유산을 새롭게 평가하고 생활 속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무당차수요 증가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와 소비패턴이 유사한 일본의 예로 보아 국내
무당차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오는 2000년에는 시장규모가 2천억원대
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들어 무당차음료가 기존의 이온음료 섬유음료 등 기능성
음료를 물리치고 전체 음료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차가 재즈 스키 등과 더불어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의
대표적 기호상품"이라는 점에서도 무당차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무당차음료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태평양 제일제당
동서식품 동원산업 등 16개사이며 진로종합식품 남양유업 등도 이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선두주자인 태평양은 캔제품으로 설록차와 우롱차를, PET제품은 설록차를
생산하고 있다.

PET제품은 가정용으로 많이 팔린다고 한다.

태평양은 이달안에 둥글레차와 녹차를 혼합한 둥글레녹차를 캔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제일제당은 94년에 "백설 우롱차"를 시판해 우롱차 분야에서 빠른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장이 크지 않아 일단 철수했다가 지난해 "예티"라는
브랜드로 차음료 생산을 재개했다.

지난해 3월 "예티 보리차"와 "예티 우롱차"를 내놓은데 이어 4월에 녹차,
11월에 둥글레차를 개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도 2가지 정도의 새로운 차음료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야쿠르트의 "푸른 녹차", 삼립GF의 "꿈그린 녹차", 동원산업의
"동가 순녹차" 등이 시장에 나와 있다.

또 동서식품이 최근 "동서 결명자차"를 새로 내놓았고 진로종합식품도
우롱차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무당차음료 시장은 이제 발전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메이저 업체가 없고 신제품을 개발할 여지도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각 업체들이 올해부터 TV광고 시음회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현재 우롱차 TV광고를 하고 있고 제일제당이 올 하반기에
둥글레차를 중심으로 역시 TV광고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업체의 홍보및 마케팅활동이 숨어있던 우리 전통의 입맛을 복원해
무당차음료의 대중화를 이룰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