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2일 정부 당국에 자동차 관련 세제개편 등을 주내용으로 한
"자동차업계 현안에 대한 공동건의문"을 제출한 것은 극심한 판매불황이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업계 재고가 사상 최고수준인 18만대 이상을 돌파하는 등 전례
없는 판매부진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자동차산업의
기반마저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정부의 자동차 수요억제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두 14종에 달하는 각종 자동차관련 세금, 1가구 2차량 중과세제도,
유류특소세 인상, 교육세 신설, 유가자유화 등 일련의 자동차수요 억제조치
가 현재의 불황을 낳는 근본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부분은 크게 세가지.

불합리한 세제 개편과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환경및 교통관련 수요억제
정책의 완화 등이다.

[[[ 세제부문 ]]]

업계는 우선 배기량별로 차등과세하고 있는 특별소비세율을 인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즉, 1천5백cc 이하의 경우 현재 10%에서 5%로, 1천5백~2천cc 이하는 15%
에서 10%로, 2천cc 초과는 20%에서 15%로 낮춰 달라는 주장이다.

업계는 또 모두 14종에 달하는 현행 차관련 세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차관련 세금이 4종에서 많게는 7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많다는 설명이다.

소형승용차의 경우 연간 세부담은 약 2백96만원으로 나타나 미국의 7.4배,
일본의 2.2배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특히 지난 94년부터 교통난 완화 등의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1가구 2차량 중과세제도를 자동차 수요의 대표적인 억제책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수출주력차종인 소형차의 수요를 억제시켜 결과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심지어는 통상마찰 우려까지 있어
폐지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밖에 등록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면허세는 비업무용 승용차에 한해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업계의 요구이다.

[[[ 환경부문 ]]]

최근 환경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정책
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환경오염의 주범이 자동차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환경
정책에 기인한다는 불만이다.

대표적인 예가 98년 이후부터 모든 신규경유차량에는 매연여과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는 조항.

이 조항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조차 기술상의 문제로 전면 시행이
보류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자동차 기술수준으로서는 무리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업계는 매연여과장치 부착 의무화 조항이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CNG(압축천연가스)차의 98년 이후 구매의무화 등은 국내 현실에 맞게 연기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교통부문 ]]]

업계는 서울시가 교통문제 해결방안으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통
혼잡료 징수나 버스전용차선 확대 등도 승용차 수요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유 디젤차량의 신규등록을 억제하려는 정책도 국내 전체차량의 21.8%
를 차지하고 있는 디젤차량의 비중을 고려할 때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 등 연관산업 분야의 존폐에까지 파급효과를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