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막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프로그램 제작
업체와 한 학생이 팽팽히 대결하고 있어 주목.

사건의 주인공은 인터넷 음란물 차단용 프로그램인 "사이버시터(Cyber
sitter)"를 제작하는 미 솔리드오크사와 벤더빌트대학의 베넷 헤슬턴씨.

솔리드오크사는 최근 헤슬턴이 "사이버시터"가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목록을 알아내 이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헤슬턴을 법정에 고소하겠다
고 협박하고 있다.

"사이버시터"의 등록사이트가 공개되는 것은 코카콜라 제조법이 공개되는
것만큼 솔리드오크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슬턴은 단지 사이버시터를 가동시키고 프로그램 로그파일(컴퓨터
사용내용을 기록해놓은 파일)을 들여다봄으로써 목록을 작성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솔리드오크사는 헤슬턴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peacefire.org)
를 불건전 사이트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헤슬턴의 행위를 빌미로 잡기 보다는 헤슬턴의 홈페이지에 불량사이트가
링크되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

한발짝 더 나아가 솔리드오크사는 헤슬턴이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망
인 "미디어 3사"에 가입한 전체 사이트를 접근금지 사이트로 등록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헤슬턴은 이에 대해 "청소년들의 건전한 인터넷 사용을 목적으로 차단용
프로그램을 제작한 회사가 학생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를 막는 것은 아이러니
컬한 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인터넷 확산으로 불건전 사이트가 날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솔리드오크사와
헤슬턴간 싸움이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지 주목되고 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