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하십니까"

기업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부도리스트"에 동료기업 이름이 올라있기 때문이다.

한보철강이 부도나기전인 지난1월부터 기업들의 "부도설"은 꾸준히
나돌았다.

처음엔 한보철강이 포함된 "7대기업리스트"가 나돌았다.

1월말엔 삼미특수강이 이 리스트에 끼어 들었다.

그리고 2월부터는 10여개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교체출연하고 있다.

중견 K그룹과 S그룹 C그룹이 단골로 거론되더니 이달들어선 D그룹
N그룹및 H그룹 T그룹의 자금압박설과 부도설이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또 25일에는 J그룹의 계열사하나가 1차부도를 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해당기업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다.

그렇다고 부도설이 진정되는건 아니다.

오히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2금융기관들은 소문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여신을
조기에 회수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건 아니다.

일시적이나마 자금사정이 어려워졌거나 실제 1차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도 있다.

내일 또 해가 떠오르면 어떤 기업이 "부도리스트"에 올라 "밤새 안녕"을
물을지 궁금한 순간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