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격담합 또는 공동행위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내놓은 "가격과 담합-
제도적 경쟁저해요인에 대한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공동행위나
담합의 발생원인을 추적해 보면 정부나 공공부문의 직간접적인 규제나
개입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 규정들이 기존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해줌으로써 공동행위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
했다.

특히 직접적 진입제한 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격규제 및 품질기준 등의
영업규제나 비가격 규제 등이 사실상 카르텔내 기업들의 의사합치를 도와
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공동행위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가장 일반적인 규제형태로 시장에 신규진입을 억제해 기존업자를
보호하는 신규진입 규제정책을 들었다.

정부가 진입장벽을 설치한 경우 신규진입의 잠재적 위협이 없기 때문에
카르텔이 보다 쉽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산업(세제분류) 1천1백95개 가운데 43.6%인 5백33개
산업이 법률적인 진입규제를 받고 있으며 정부의 관례적 개입도 폐해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한경연은 삼성그룹이 승용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겪은 애로와 현대의 제철
사업 진출 좌절등을 정치논리에 따른 정부의 비공식적 개입으로 꼽았다.

물가안정을 내세운 각종 가격규제들도 사실상 제도적으로 담합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버스요금 허가제 등은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업자들의 공동인상을 추인해준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한경연 이재우 산업연구실장은 "91년부터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공동행위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부개입에 의한 담합건수가 전체의 32.8%를
차지했다"며 "담합을 억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개입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