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가 외국 투자회사를 주주로 끌어들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1월말 자본금 규모를 8천54억원으로 늘리면서 아일랜드
투자회사인 팬퍼시픽 인더스트리얼 인베스트먼트로부터 모두 2천5백억원의
자금을 출자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삼성자동차 총발행주식(1억6천1백만주)의 31%에 해당하는 것.

다시말해 삼성자동차가 이제 31%의 지분을 외국업체가 소유한 외국인
합작투자기업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삼성그룹 비서실 지승림(지승림)전무는 "삼성 계열사들이
3천억~4천억원 정도는 추가 출자할 수 있으나 출자한도를 소진하는
것보다는 출자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인 투자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그룹이 자동차에만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새로운 투자처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가능한한 자체 출자여력은
유보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어려운 경영환경에 그룹 내부유보자금을 사용하는 것보다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유동성을 되도록 많이 확보해두자는 전략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삼성은 따라서 앞으로도 이들이 자금을 더 대겠다고 나설 경우 경영권에
문제가 없는한 추가 출자도 받아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팬퍼시픽사는 아일랜드의 투자회사로 아일랜드에 이미 삼성 계열사가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 벌이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놓아 선뜻 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삼성자동차에 투자한 것은 10년내 삼성자동차에서 충분한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삼성측은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판단이 옳은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어쨌든 삼성은 이번 팬퍼시픽사의 자금을 끌어들임에 따라 일단
올해까지 신규투자에 필요한 2조원의 자금확보는 마무리했다.

자본금 8천54억원을 제외한 7천억원정도는 산업은행의 시설자금을
포함한 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으로, 나머지 6천1백억원은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삼성이 손익분기점으로 예상하는 2002년까지는 앞으로도 2조3천억원정도의
돈을 추가로 퍼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