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은행연합회장과 유시열 제일은행장 등 8명의 시중은행장이 2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시중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부도 도미노 우려"
와 "은행 도산 가능성"을 불식시키기 위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은행들의 유동성 사정도 별 문제없고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이
중단된 것도 아닌데 시중에 잘못 알려짐으로써 초래되고 있는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은행장들의 발언도 하나같이 이런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동호 회장은 "비록 금융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금융시스템은 잘 운용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현장방문 등을 통해 중소기업 여신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징 국민은행장과 나응찬 신한은행장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 적은 없으며 오히려 중소기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일은행의 유행장조차 "은행들이 시중의 소문대로 부실징후기업을 모두
정리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말해 부도도미노에 대한 우려감을 없애려고
애썼다.

그러나 은행장들의 이날 발언이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연쇄부도를 방지할 만한 구체적인 대책이 아무것도 없다.

"제2금융기관에 소문만 믿고 여신을 회수하거나 어음을 교환돌리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공식 요청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설득력은 적어 보인다.

특히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여부 <>중소
기업지원을 위한 획기적 대책 <>기업정보교류의 제도화 등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어 "부도 공포증"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또 일부 은행의 유동성 위기 우려감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역시 25일 강경식 부총리가 다시 8개 은행장을 만나 ''대책''을 호소할
계획이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부총리는 은행장과의 만남에서 안정적인 통화공급,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약속할 방침이지만 이 역시 시중의 위기감을 얼마나 진정시킬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은행장들의 이날 모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여신 지원중단 우려에 따른
부도 공포증과 은행 도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