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3자 인수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특혜의혹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또 일부기업은 3자 인수 후에도 경영정상화가 지연되고 회사 존립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최근에는 3자 인수됐던 한보건설(구 유원건설)이 다시 부도를 냄으로써
"제3자 인수 무용론"까지 대두하는 상황이다.

부도난후 현재 3자 인수가 추진되고 있는 대형 기업만도 우성건설 건영 한보
삼미 등 4개사에 이르고 있다.

우성건설(96년 1월 부도)의 경우 한일그룹으로 새 주인을 찾는가 싶더니만
부채이자 상환문제를 놓고 채권금융기관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바람에 인수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원이 지난 8일 우성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서 우성의 운명은
채권금융기관이나 한일그룹의 희망.의지와는 상관없이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성건설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중인 공사가 올해말쯤이면 거의 끝나고
일감이 없어지는데 그렇게되면 직원의 3분의 2이상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건영(96년 8월 법정관리신청)도 마찬가지다.

건영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은 지난해말부터 건영을 6번씩이나 공매에
부쳤으나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형태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원 새한미디어
한화 등 관심을 표명했던 업체들은 한보.삼미 부도이후 완전히 몸을 움츠린
상태다.

더구나 법원은 지난 21일부터 주요 채권은행단 30여곳에 법정관리 동의
여부를 조회하고 있어 다음달초에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또 한보철강은 새주인을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채 정치문제로 비화돼
있다.

제3자 인수는 고사하고 한보에 대한 자금 지원조차도 신통치 않다.

"시설자금은 산업은행이 맡고 운영자금은 나머지 금융기관이 나눠 감당하자"
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어느 채권금융기관이고 주도적으로 나서는데가
없다.

정부마저 최근들어선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게다가 채권은행 노조는 정부의 보증없이 한보를 지원해선 안된다며 은행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되자 금융계일부에서는 한보 당진공장이 제대로 완공될수
있을지에 의문을 달 정도다.

삼미그룹도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으리란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기가 안좋아 새로운 기업을 인수한들 사업전망이 불투명한데다 현금흐름
등 기업들의 자금여력도 바닥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부실경영으로 경제가 나빠지고 이로 인해 제3자 인수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