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경제팀과 재계대표들과의 간담회는 추락위기에 놓인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관의 역할분담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어느 때 보다도 파격적인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민간
경제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노력하겠다"는 식의 의례적인 답변은 많이 생략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이나 규제완화 보따리를 하나 내놓고 이에 대한 화답
조치로 경제계는 분발을 다짐했던 이전의 민.관간담회와는 차원이 달랐다는
얘기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최근의 경제상황
은 경기하강에다 구조적인 문제가 뒤섞인 복합불황"이라고 전제, "정부로서도
이 불황을 일거에 이겨낼 방법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다.

대신 그는 "정부는 예산삭감등을 통해 물가안정에 책임을 질테니 기업은
노사관계 안정과 투자확대를 통한 경쟁력 회복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종현 전경련회장도 "우리 경제가 무역적자의 급증으로 어려움
에 처한 것은 기업인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있다"면서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억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통한 장기적인 경쟁력
회복"을 정부의 역할로 보는 신임 경제팀의 시각과 금리인하와 규제완화
등에서 "정부의 특단적 조치"를 요청하는 민간경제계의 요청이 결국 평행선
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예로 박상희 기협중앙회장은 금리를 6%이하로 내려야 경쟁이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강부총리는 철저히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경제팀의 경제위기 타개책을 민간기업들과 함께
모색하기 위해 무역수지 방어를 위한 민.관간담회등 각종 모임을 정례화
하기로 한 것 만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