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회생을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한보건설(옛 유원건설)의
최종부도로 이제 한보그룹은 완전 공중분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한보그룹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주력계열사인 한보철강의
부도로 (주)한보 한보에너지 상아제약 등이 연쇄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래 한보의 남은 군소계열사들도 사실상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정태수 총회장 일가족이 80% 정도 지분을 보유한 한보건설만
다른 계열사들과 상호지급보증이나 채무관계가 없어 "안전지대"로
평가받았다.

해외건설사업만 잘 꾸려가면 정총회장 일가의 재기에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됐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보건설이 부도처리 됨으로써 이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대성목재와 여광개발(골프장 운영사) 또 유원건설 인수때 함께
딸려온 대석실업 등도 이제 동반 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당초 22개인 한보그룹의 계열사중 주력 4사와 함께 그나마
규모가 큰 회사들이 모두 쓰러지게 돼 한보는 완전 함몰 직전으로
몰리게 됐다.

현재까지 부도 처리되지 않고 있는 승보철강 동아시아가스 한보정보통신
승보목재 한보상호신용금고 한보선물 한보관광 한맥유니온 IMC 등 10여개
계열사의 경우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인데다 채무관계가 얽혀 앞으로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한편 정총회장 구속 이후 정보근 회장은 검찰에 불려 다니고 부친면회를
위해 구치소를 들락거리느라 회사 경영에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으나
최근엔 한보건설이라도 건지기 위해 동분서주 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원건설 출신 직원들이 "정씨 일가의 경영 배제"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는 등 내분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

정총회장의 4남인 정한근(정한근)부회장도 그룹 본사로 출근하며
남은 계열사를 추스려 보려 시도중이나 직원들의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 못한데다 연일 채권자들에게 시달려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내 그룹본사에는 임원들 상당수가
퇴사하거나 전직해 자리가 비어 있다.

남은 직원들 마저 퇴직금이나 받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출근을 하고
있어 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가 이뤄진 모습이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