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96년 국민계정(잠정)"의 특징은 지난해 우리경제
는 지표상으론 그럴듯 하지만 내용상으론 별볼일 없는 "거품성장"을 이뤘다
는 점으로 요약된다.

연간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6.8%)을 웃도는 7.1%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식 생산과 소비지출만이 성장을 이끌었을뿐
수출과 설비투자등은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밀어내기식 생산은 재고증가로 이어졌으며 재고증가는 곧 기업들의 운전
자금수요를 부채질했다.

이에따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는 더욱 커졌으며 체감경기가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지표경기는 비교적 호조를 보이는 현상이 연출됐다.

경기의 거품만 부풀려진 탓이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생산을 좀처럼 줄이지 않고 있으며 일반
가계의 소비지출도 여전하다.

이는 투자율상승과 저축률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로미뤄 "경기순환국면상 올 하반기부터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였던 경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한은(김영대
조사담당이사)의 전망이다.

<> 밀어내기식 생산과 민간소비지출이 성장 주도 =지난해 산업생산은 7.2%
성장했다.

95년(9.1%)에 비해선 상당히 둔화된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GDP성장률(7.1%)
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10.8% 성장률을 기록, 전년(8.7%)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전년에 비해선 많이 둔화되긴 했지만 GDP성장률보다
높은 각각 7.4%와 8.2%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재고는 2조3천3백3억원 증가, 95년 증가액(2조2천3백58억원)보다
9백45억원이나 많아졌다.

재고증가율도 19%에 달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생산증가율만
높인 셈이다.

지난해 투자율이 38.6%를 기록, 91년(39.1%)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지출증가세도 꾸준했다.

1.4분기 7.7%에 달했던 민간소비증가율은 2.4분기와 3.4분기에 각각 7.4%와
6.2%로 낮아지는 기미를 보였으나 4.4분기엔 6.5%로 다시 높아졌다.

연간으로 6.9%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반가계가 사치품등 소비재구입을 위한 지출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86년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저축률로 나타났다.

<>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성장의 내용을 가늠해볼수 있는 수출과 설비
투자는 현저한 둔화를 보였다.

지난해 물량기준 상품수출은 14.5% 늘어나는데 그쳤다.

95년증가율(25.3%)보다 10%포인트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특히 교역조건이 90년대들어 가장 나빠졌다.

이에따라 금액기준 수출은 3%대 증가에 그쳤다.

설비투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위축으로 8.2%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그나마 작년말 정유및 전산기기에 대한 마무리 설비투자가 있었기에 이런
수준을 유지했을뿐 실질적인 신규투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는 올들어서도도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경기
호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