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과 삼미그룹 등 대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신규 거액
여신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따라 일부 기업들은 보증기관을 구하지 못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에 애를 먹고 있으며 중단기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후발시중은행은 물론 5대시중은행조차 현대 삼성
포철 한국통신 LG그룹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1백억원이상의 거액여신 신규취업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자금악화설"이 나돌거나 신용상태가 이상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선 일반대출은 물론 회사채 등의 지급보증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은행에서 거액여신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한도가 설정돼 있는
당좌대출을 사용, 14개 시중은행의 당좌대출소진율이 지난해말 21.2%에서
27%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달말 연12%대에 머물던 당좌대출기준금리도 연14.14%까지 올랐다.

또 은행이 보증한 회사채와 다른 기관이 보증한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차이가
0.5%포인트로 확대됐으며 보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들이 CP를
발행하면서 이날 CP할인율은 연14.10%를 기록,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0대기업까지 하루아침에 부도를 내고 부실여신발생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이 전적으로 져야하는 상황이어서 여신을 분산운용하는
등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삼미그룹의 부도처리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돈을 더
풀지는 않을 방침이다.

김원태 자금담당이사는 "삼미부도가 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 기존의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