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위기''를 넘어 ''공황우려''로 치닫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계순위 26위인 삼미그룹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이러다간 버틸 기업이 하나도 없게 된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기침체-시중자금사정악화-연쇄부도"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침체국면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 등 올 연말까지 계속될 ''정치행사''까지 맞물려 올 경제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상적자에다 고실업-고물가 연쇄부도까지 겹칠 경우
우리경제는 재기불능상태에 빠져들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우려는 금융시장의 급속한 경색으로 가시화됐다.

종합주가지수는 640선으로 꼬꾸라졌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지난 95년9월 가장 높은 연 12.85%까지 치솟았다.

원-달러환율도 달러당 884.80원까지 뛰어올라 심리적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8백90원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게 일치된 전망이다.

현재 시중자금사정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MCT(총통화+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 증가율과 M2(총통화) 증가율이
각각 18%대와 20%대에 달할 정도로 돈은 많이 풀려 있다.

그러나 돈은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을뿐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엔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

한보철강부도이후 은행등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서다.

여유자금은 대신 제1,2금융권을 왔다갔다하면서 금리만 높이고 있다.

일부가 당좌대출을 통해 대기업에 흘러들어가지만 시설투자로 활용되기는
커녕 외환투기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돈은 풍부한데도 시장실세금리와 원-달러환율만 폭등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를 유발, 지난달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은
0.21%까지 높아졌다.

장영자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82년5월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순위 26위의 삼미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부도를
냈다.

금융기관은 자금운용을 더욱 꺼릴수 밖에 없다.

기업들로선 은행돈 쓰기가 힘들어지고 회사채유통수익률등 시장금리는
오를 것은 뻔한 일이다.

금융시장 경색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부도로 연결될게 분명하다.

금융계에서는 벌써부터 "믿을수 없는 30개 기업리스트"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이 리스트에 들어있던 한보철강과 삼미그룹이 사실상 부도처리됨으로써
다른 기업들의 자금압박도 더욱 가중될건 불문가지다.

더욱이 은행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이젠 못 살아날 기업엔 자금을 퍼붓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지태 상업은행장은 삼미처리방향을 설명하면서 "이런 사례가 더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한보사태로 혼쭐이 난 정부도 기업부도는 은행에 맡긴다는 자세여서 대형
부도는 더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부도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기관의 부실로 곧바로 이어진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부실화와 투자의욕감퇴로 인한 경기하강으로 요약
되는 ''경제공황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