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행에서 가장 좋은 상품이 무엇입니까"

사실 가장 쉽고 부담없이 덜질 수 있는 이런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은행원들은 마주않은 고객에게 몇가지 다른 질문을 더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의 체형이나 이미지를 보고 어울릴만한 옷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옷가게와는 달리 고객의 금융자산상태나 욕구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나 특징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서 제대로 알기가 쉽지는 않지만 평소 나름대로 자신의 저축동기나
투자조건을 두고 상품을 고르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개인별 욕구가 세분화되고 거래단위가 커질수록 다음과
같은 몇가지 금융상품 선택기준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상품을 거래하고자 하는 목적과 투자기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주택구입이나 결혼자금 등 특수목적의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출이
가능한 예적금이나 상호부금등이 적당한 반면 언제 사용할지 모를 준비성
자금이라면 금리수준보다도 인출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등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물론 수익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 채권이나 저축성 신탁상품에 가입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금리가 높다고 우선 가입해 두고 보자는 식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금리가 높아도 만기전에 해지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오히려 처음부터
해지시점을 만기로 하는 다소 낮은 금리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수 있다.

둘째는 절세가능성 여부이다.

최종적으로 의미있는 것은 세금을 공제한 후의 수익률이므로 각종 비과세
상품이나 세금우대상품 등 절세상품에 우선적으로 가입해 두면 수익성은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대비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셋째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의 여부와 향후 금리전망이다.

저축성 고금리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더라도 앞으로 시중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면 확정금리상품인 채권이나 정기예금등을, 반대로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으면 신탁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대체로 식탁상품의 수익률은 시장금리의 변화에 비슷한 방향
(엄밀히 말하면 후행)으로 움직이기기 때문이다.

넷째 이자지급방법이다.

금융소득이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매월이자지급식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듯 비슷한 종류의 상품이라도 이자를 일정주기마다
지금하는지 만기에 일시지급하는지 역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거래하고자 하는 은행을 고르는 일이다.

금리자유화의 진전으로 차별화되고 있는 은행간 금리를 서로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거래하고자 하는 은행의 신용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행이 부실해져도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보호할 수는 없게 될 것이므로
상품선택 못지 않게 거래은행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와관련해서 은행파산 등으로 인한 거래고객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지난 95년말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되어 올해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보험료는 은행이 부담하지만 보험사고때 모든 상품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
되지는 않으므로 장기상품일수록 고래은행을 신중하게 고르되 아울러 보험
지금 대상상품인지도 살펴 보아야 한다.

예적금, 부금 및 손실의 보전계약을 체결한 금전신탁 등이 보험금 지급
대상상품에 해당되며, 지급액은 보험사고 발생일 현재 예금자별로 사고은행
에 대한 채권 합계액에서 채무금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최고 2천만원까지이다.

결국 저축상품을 고를 때에는 일반소비재상품을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입자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먼저 따져야 한다.

누구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상품의
조건이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 장기신용은행 가계금융 전임교수 박규배 080-023-0111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